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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예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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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일기예보처럼

제주부터 시작하여 많은 비가 올 것이다.’는 일기예보를 들었다. 이런저런 일정으로 하루를 온전히 집에서 보내는 날들이 없었던 요즘, 텃밭을 돌보는 일이 숙제처럼 남아 있었다. 돼지감자를 심겠다고 보내달라는 친구가 있어 돼지감자도 파야하고, 어중간하게 자라는 나무들도 베어야하고, 삐죽이 고개 드는 알뿌리 식물들의 주변도 살펴야 하는데

잦은 감기로 힘들긴 하지만 오후부터 많은 비가 올 것이라는 예보 때문에 오전 시간을 텃밭에서 지냈다. 나뭇잎들을 걷어내자 반갑게 머위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다. 겨울을 지낸 쪽파 몇 뿌리도 뽑아낸다. 친구에게 보낼 돼지감자를 찾아낸다. 웃자란 무궁화를 손질하고 수선화, 튤립, 히아신스, 백합 등 알뿌리 식물들의 주변을 정리해준다.

키가 큰 전정가위 둘, 호미, 갈고리 등을 챙기고 작은 전정가위는 호주머니에 넣고 한참을 밭에서 놀았다. 감기로 언제 피곤했던가 싶다. 부드러운 흙의 느낌이 좋다. 지난번 흙속에서 만났던 개구리들도 나왔는지 더 이상 보이지 않는다. 보랏빛 유채의 씨앗이 여기저기 흩어졌는지 질서 없이 올라오고 있다. 군락으로 있어야 좋은 것들은 한 곳으로 모아주어야 해서 터를 잡아 옮겨 심었다. 청화쑥부쟁이도 부지런하게 올라오고 있다. 올해도 나누어 줄 사람들이 생겨 잘 돌보아서 개체수를 늘여놓아야겠다. 작년에 얻어간 친구가 얼마나 예쁘게 그녀의 뒤란을 가꾸었는지 큰일을 한 듯 즐거웠다. 엊그제 꽃 친구인 미용사에게 청화쑥부쟁이를 나누어 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꽃을 나누는 사람끼리 만나면 꽃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각자의 화단에 있는 것들을 서로 교환하거나, 다른 이들은 없고 나에게 많은 개체는 되도록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려고 노력한다. 조금씩 비가 내리기 시작하기까지 6시간을 텃밭에서 보냈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오랜만에 행복한 시간이었다. 화단은 이 비가 그치면 돌보아야 할 것을 스스로 약속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농기구들을 챙긴다. 마른 잡초와 감 나뭇잎을 걷어낸 텃밭이 단정하다. 어수선하던 마음까지 정리가 된 듯하다.

일기예보처럼 밤을 새워 비가 내린다. 미리 농기구들을 지붕 아래로 들이고, 비를 맞아도 좋은 화분들을 마당에 내어 놓는다. 우리의 인생에도 예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준비하고 대비할 시간들을 얻을 수 있도록. 최소한 갑자기 찾아온 어려움에 맞서 싸울 시간이라도 벌 수 있다면 인생살이가 조금 수월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젊은 친구들을 상담하다보면 자신의 인생에 빨간불이 켜져 있는데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걸 본인이 깨닫기는 힘들다. 다행히 상담실에라도 찾아가면 스스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젊은 친구들의 빨간 불이 우리에게 보이듯 어쩌면 우리에게 주어지는 예보들을 우리가 제대로 알아채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나고 나면 겨우 보이는 것들을 먼저 알아볼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봄밤에 이렇게 쏟아지는 비는 예고를 하고 찾아온다. 갖가지 전조증상으로 통보를 하는 까닭에 대비를 하고 기다리지 않는가.

살다 살다 만나는 다양한 사건들과 사람들, 그 때마다 해결해야 하는 과제들, 결정하고 선택해야 하는 많은 일정들 사이에서 건강하게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나는 내 아이들에게 혹은 상담실을 찾아오는 젊은 친구들에게 이야기한다. 필요 이상의 욕심을 부리지 않기를 당부하지만 목표는 설정하고 살아가기를 권한다. 10년 후 나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그 모습 가까이 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면 오늘 켜지는 빨간불을 조금 빨리 알아 챌 수도 있을 것이라 믿는다. 현관문을 열자 따뜻한 바람이 훅 나를 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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