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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의 황토재 그리고 의병장 임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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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소설의 황토재 그리고 의병장 임봉구

안명영(전 하동고 교장)

황토재 마루이다. 굽이굽이 돌아 올라온 차량이 주유소에 줄을 대고 휴게소에 사람들이 들락날락하였다. 어쩌랴! 도로에 낙엽만 쌓였고 주유소는 간판을 내리고 휴게소는 문을 닫았다. 쉬어가라는 정자에 앉아 땀을 말리며 안내도를 살펴보니 네 갈래이다. 인심 좋은 마음의 고향 北川 가는 길, 지리산 한 줄기로 이명산(이맹산) 정상에 이무기가 살았다. 마을 사람들이 불에 달군 돌을 던져 메우자 이무기가 살지 못했다는 못의 흔적이 있는 이명산 가는 산길, 산굽이 끼고 내려가면 비파마을 아래부터 이순신백의종군로 따라 하동읍성 가는 길, 감당 삼거리 지나 여의리(如意里)가는 길이다.

이병주 소설 《바람과 구름과 碑》에 황토재가 등장한다. 조선 말기를 배경으로 점성가 최천중이 입헌군주제의 이상국가를 세우기 위해 기재와 인재, 호걸을 삼전도장(三田渡莊)이라는 결사를 만드는 과정을 그린 역사소설이다.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는 작가의 말대로 골짜기에서 이는 구름과 바람처럼 이름 없이 살다간 민초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청암골 16살 소년 박종태는 ‘삼전도로 가자’는 노래를 흥겹게 부르며 황토재를 넘어가고 있었다, 황토재는 진주와 하동의 경계에 있는 험한 고개이다. 오름 십 리 내림 십 리에 열두 모퉁이를 헤아리는 고개인데, 범을 비롯한 산짐승이 있고 도둑들이 잠복해 있다고 해서, 사람들은 고개 아래 주막에 머물러 있다가 십 여 인 동행이 모이길 기다려야 했다〉. 소설의 1864년부터 1895년까지에 박종태는 험한 고개를 어떤 길로 넘었을까? 오래 전부터 양보면 서촌리와 북천면 배안골 사이 고개를 넘나들었는데 주막에서 사람들이 모이기를 기다렸다고 한다. 이명터널은 일제강점기에 뚫었는데 부상자를 치료하는 야전병원까지 있었다. 이 시기에 황토재를 차량이 넘을 수 있는 길을 닦은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여의리 새마을회관에서 고치봉을 우로하고 어두침침한 임도를 걷다가 하늘이 나오고 집이 보인다. 주인은 이곳에서 땅을 일구던 부모님을 양지 바른 땅에 모셨고 집 앞 토지를 정리하는데 긴 우물터가 나왔다. 소몰이꾼은 소에게 물을 먹이고 주막에서 막걸리를 마셨겠구나! 돌무덤이 있다, 나그네 고개를 넘다 기운이 다하고 맥이 다 빠져 쓰러지니 지나는 이 돌을 던져 되었겠네! 어느 길손은 고개 넘을 때마다 돌무덤에 술을 따르고 정성껏 향을 피웠다. 꿈에 눈에 익은 바위 밑에 신기한 꽃이 보이는 지라 바위를 찾아 꽃을 살피다 엽전꾸리미를 발견했다. 비단장사가 묻어 놓은 것이라는 이야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여의・방화마을 사이를 넘나들던 시절에는 이 고갯길을 이용하였다. 최근까지 횡천중 통학길였고 길이 넓어져 차량이 산굽이 돌고 도는 방화마을-잿마루-감당마을-여의마을의 신작로 되었다.

길은 최단 거리를 목표로 한다. 경사를 낮추고 직선화로 꾸준히 발전하였다. 꼬불꼬불하던 길은 펴지고 비탈길은 평지로 되며 좁은 길을 넓혀 차량이 왕복할 수 있게 되었다. 기술과 장비의 발달로 황치산 터널이 등장했다. 차량이 다니기 전에는 산길로 보부상이 다니고 소장수가 소를 몰고 오가다 차량이 꼬불꼬불 돌아서 넘게 되었다. 소설 속의 청암골 박종태는 지금의 황토재 마루 길이 아니라 이름마저 변한 황치산 고개길을 넘었을 것이다.

악양면사무소 앞에 취간림이 있다. 2000년 삼림청 주관 생명숲가꾸기 국민운동 본부에 제일 먼저 우수상을 받은 숲이다. 위쪽 중앙에 지리산항일투사기념탑, 왼쪽으로 충혼탑, 오른쪽에 평화의 탑이 있다. ‘항일투사 약사’의 비석 중에 의병장 임봉구가 있다. 〈그는 1880년 경상남도 하동군 악양면 정서리 상신마을에서 태어났다. 일제를 몰아내기 위해 1907년부터 지리산 일대에서 박매지(박인환) 의병장과 함께 청년 500여명을 규합하여 의병대를 독자적으로 조직하여 항일 투쟁을 펼쳤다. 특히 그는 1908년 7월 24일 양보면에 소재한 일어학교를 방화 전소시키고 일진회원 다수를 처단했다. 그러던 중 청암면에서 일본경찰에 체포되어 하동경찰서 유치장에서 고문으로 28세의 나이에 옥사했다(2000년 건국훈장 애국장 추서)〉. 의병장 임봉구는 정식재판도 받지 못한 채 4일 동안 혹독한 고문으로 죽임을 당한 것이다

풍신수길은 조선왕을 잡으면 끝이라는 판단으로 임진왜란을 일으켰지만 의병의 봉기로 실패하였다. 가까이는 1900년대 일제에 대항하는 의병이 각지에서 일어나 배달민족의 자긍심을 고취하였다. 의병장 임봉구는 대한제국 평화를 위하여 젊은 나이에 옥사한 것이다. 황토재 마루 정자는 소설과 실제를 소환하는 사색의 장소로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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