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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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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 해의 끝자락을 본다. 조금씩 하던 기관의 일들이 마무리 되었고 마음이 한가로워진다. 그 한가로움 뒤에 불안함과 쓸쓸함이 숨어있다는 걸 깨닫는다. 어디로 갈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중에 멀리 있는 친구가 남도를 여행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

작년 이 무렵, 어딘가로 가야 할 것 같아서 찾았던 곳이 그 친구가 살고 있는 제천이었다. 함께 훌쩍 떠날 수 있었던 지인과 의림지를 둘러보면서 참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우리는 그 친구 덕분에 따스한 겨울 기억 하나를 간직하게 되었다. 그 친구가 우리를 찾아서 온단다. 그녀도 이 겨울을 찾아 떠나고 싶었나보다.

KTX를 타고 진주역에 도착하는 친구를 맞이하러 간다. 낯 선 도시에 내려서 마중 나온 나를 보면 안심이 되겠지 생각하니 싱긋 웃음이 난다. 보고 싶은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일, 또 그런 사람을 마중하러 가는 길은 포장지를 풀지 않은 선물 같다. 그 길에서 나를 맞이하러 매번 그 복잡한 광명역으로 마중 나오는 안양친구의 얼굴이 떠오른다. 내가 마중 나갈 친구가 있는 것도, 나를 마중 나오는 친구가 있는 것도 내게는 자랑이다.

열심히 자신의 자리에서 살다가 겨울이 오면 훌쩍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올 한 해 수고한 나를 위로하고 새로운 날들을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생각이 많아지는 계절이다. 날씨가 유난히 춥다. 지나간 시간들을 들추어내며 이틀을 보냈다. 시간이 흐르고, 우리도 흘러가는 것이 느껴진다. 마음의 빗장을 풀고 진정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이다. 원하는 것을 알아낸다고 하여 실천할 수는 있을까.

친구와 함께 지내는 동안 우연히 보게 된 드라마 속 주인공은 알츠하이머인 70대 남자이다. 그는 어느 날 연습 중인 발레리노에게 온 마음을 빼앗기고 만다. 그 발레리노에게 찾아가 발레를 꼭 배우고 싶다고 애원한다. 가슴이 뛰기 시작한 일을 하고 싶다고 한다. 날아오르고 싶다고 한다.

겨우 허락을 받아 발레를 시작한 그에게 가족들의 반대는 복병이었다. 아내는 토라져서 말도 하지 않고 아들은 그런 아버지를 창피하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잠시 주춤거렸으나, 자신의 인생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 후 끝까지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간다. 그러나 언제 어느 곳에서 자신을 잃어버릴지 모르는 불안감은 항상 그에게 남아 있다.

기억을 잃어버리고, 길을 잃어버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잃어버리고, 세상마저 잃어버린 그는 무엇을 붙잡고 살아야 할까. 우리에게 그런 시간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을까. 가장 가까운 사람들마저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나면 무엇을 붙잡고 살아야 할까. 덜컥 겁이 난다. 사는 일이 조심스럽기도 하다.

새해부터 지역을 옮겨가며 한 달 살기를 해보고 싶다는 친구는 일주일에 이틀씩 하던 일들을 잠시 미루기로 했다고 한다. 그녀의 용기와 새로운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 출발점이 어디가 될지 사뭇 궁금하기도 하다.

이번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면 주변을 정리하고 최소한의 것들로 살아가는 연습을 시작하려 한다. 그리고 나에게 집중하며 좋은 친구들과 공유하고 싶은 부분들은 공유하며 살아보아야겠다. 겨울이 아무리 추워도, 세상이 아무리 각박해도, 서로를 이해하는 친구 몇이 내게 남아 있다는 건 다행스런 일이다. 세상살이의 방식이 비슷하고, 같은 일을 두고 마음 아파하고, 서로의 입장에 공감하고 있는 내편들과 살아가는 세상은 크게 외롭지 않을 것 같아서 다시 매무새를 다듬는다. ‘그래, 세상 속에서 또 우리의 인생을 살아보자. 이 겨울을 때깔 나게 지나보자.’ 낯 달이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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