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양초등학교(Ⅱ)

기사입력 2023.11.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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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명영(전 하동고 교장)

    흰색으로 단장된 교문이다. 굵은 기둥이 3개이며 왼쪽과 가운데 기둥은 철재 문을 잡아주고 가운데 기둥과 우측 기둥 사이 열려 있는 문은 샛문이다. 좌측 기둥의 표지석에 개교 100주년기념 교문 개축 악양초등학교 총동창회 기증 2022.7.17.이다.

    선배의 배려를 계단에서 보여 주고 있다. 대리석을 다듬어 12단으로 하고 계단의 높이와 넓이는 초등학생의 신체 조건에 적합하다. 12달로 해가 바뀌며 시계바늘은 12를 기점으로 돌고 돈다. 오르내리면서 1년을 계획하고 반성하며 마음의 시계를 읽으면서 등하교하는 악양의 새 싹은 미래가 밝다! 악양초등학교는 개교 101주년에 100회 졸업생을 배출하였다. 공민학교 등의 학력을 제도권에서 인정하여 속성 졸업한 것으로 계산된다. 현재의 6년제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는 연구 대상학교이다.

    샛문으로 계단을 오르자 강당 돔에 악양초등학교가 점점 커지더니 본관 건물이 나타나고 계단식 축대 아래에 넓은 운동장이다. 깡충깡충 교문 계단을 올라 운동장에서 뛰놀 수 있겠다. 샛문 오른쪽 느티나무 아래 마름모 자연석을 세우고 한자로 멋을 부린 네 글자를 볼 수 있다. ‘는 읽을 수 있지만 두 글자는 한참 만에 읽을 수 있었다. 鍊心養志(연심양지)이며 기단에는 취지를 새겼다. 山高水長하고 靑鶴이 노니는 方丈勝地 이곳에 鍊心養志의 터전을 닦은 지 於焉 七十餘星霜 故鄕을 사랑하고 母校無窮發展祈願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모아 億劫歲月 幽谷 맑은 물에 씻기 우고 다듬어진 天然名石에 새겨 晬辰를 세우노라. 一九九二年 七月十七日. 岳陽國民學校 開校 七十週年 總同窓會 세움에서 方丈勝地, 於焉, 星霜, 無窮, 祈願, 億劫歲月, 幽谷, 晬辰 등을 검색하려면 크나 큰 인내심을 요구하고 있다!

    운동장에서 높게 담을 쌓고 학교 건물이 자리하고 있다. 1920년대 삽과 괭이 지게 등으로 운동장을 고르는 것은 큰 역사(役事)이며 산기슭을 2단으로 쌓는다는 것은 어렵고 위험이 따르는 공사였다. 자녀교육에 대한 악양인의 열정으로 극복하였음을 보여 준다.

    좌측으로 방향을 잡는다. 느티나무 아래 챙 넓은 모자의 오른쪽 뒤를 눌러 왼쪽 얼굴의 이마까지 열렸고 귀를 덮은 머리를 양쪽으로 내렸다. 무릎 위에 두 손으로 책을 펼쳤고 앉은 자세로 왼발을 오른발 무릎에 얹어 독서에 빠져 있다. 조금 더 오르자 아람이 넘는 몸통을 꾸부린 소나무로 개교이전부터 터를 잡은 연륜이다. 설명판을 용수철로 부착하였는데 나무를 아프지 않게 하겠다는 교육적 장치로 돋보인다. 학생은 나무를 사랑하는 마음을 읽고 배우게 된다. 내용은 더 놀라게 한다. 소나무.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소나무의 은 으뜸을 뜻 한답니다. 아하, 솔에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구나! 소나무 아래 책 보따리 끼고 서있는 동상 주인공은 반공 소년 이승복이다.

    중앙 현관 앞 둥근 연못에 수련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잎을 수면에 맡기고 물결이 일렁이면 일렁이고 잠잠하면 잠잠하지만 꽃은 스스로 피운다. 10여 년 전에 보았던 그것이 없다! 남자애와 여자애의 석고상이 연못 안에 있었다. 남자애는 오른손을 허리에 붙이고 왼손으로 고추를 쥐고 아랫배를 내밀어 금방 오줌발이 나올 지경이다. 여자애는 오른손 인지를 턱에 붙이고 고개를 돌려 남자애 고추를 내려다보는 장면이다. 자연스럽게 성교육을 보여주는 장면이면서 부정적인 면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었다. 다시 볼 수 없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연못 옆 의자에 앉아 둘러본다. 형제봉이 감싸고 앞으로는 구재봉이 넓은 가슴을 펼쳤고 저 멀리 아미산도 보이고 산 중간에 논밭과 민가와 수로가 보인다. 과연 물이 스스로 높은 곳까지 공급될 수 있을까? 풍요로운 평사리는 아래로 깔렸다. 터를 닦은 정성이 학생들의 꿈을 키우고 있다.

    나오면서 교문 앞 선배들이 세운 鍊心養志에 섰다. 귀한 선물을 읽고 뜻을 새기게 해야겠다. 한글로 옮긴 설명판을 설치하고 교장선생님은 입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안내를 하자! 입학생은 평생 그 감격을 기억할 것이다. 연심양지. 산고수장하고 청학이 노니는 방장승지(方丈勝地) 이곳에 연심양지의 터전을 닦은 지 어언 칠십여성상 고향을 사람하고 모교(母校)의 무궁(無窮)한 발전을 기원(祈願)하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모아 억겁세월(億劫歲月) 유곡(幽谷) 맑은 물에 씻기 우고 다듬어진 천연의 명석에 새겨 晬辰의 비를 세우노라. 1992717일 악양초등학교 개교 70주년 총동창회 세움. 晬辰을 읽고 뜻을 풀이하는 악양초등학교 출신이 되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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