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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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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어느 날, 문득

너 올라오면 보여 줄 사람이 있어.’ 몇 달 전부터 친구는 내게 이야기 하였다. 파크골프를 하면서 만난 인연인데 자꾸 마음이 쓰이는 사람이라며 내게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아직도 병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친구는 살아남기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한다.

파크골프는 혼자서 할 수 없어 매번 멤버들이 필요하고, 그 역할을 하다 보니 클럽을 만들고 클럽장을 하고 있다. 한 번 시작하면 제대로 하는 성격이라 대회에도 나가고 신입회원들을 지도하는 감독 역할도 열심히 하는 것 같았다.

추석을 지낸 주말 나는 가을 기차를 탔다. ‘너도 금방 그 사람을 알아 볼 수 있을 거야.’ 기차표 예매를 하는 사이사이로 그 인연의 이야기가 끼어들었다. 파크골프를 시작한 후부터 친구들과의 모임은 여행지의 파크골프장이 되었다. 이번 여행은 후배 두 명과 함께였다.

아직도 일을 하고 있는 나는 주말에 겨우 한 번 갈까 말까하여 실력은 입문한 상태 그대로이다. 그렇게 하는 운동인데도 시작하면 재미있고 즐겁다. 복식 게임이라도 할라치면 짧은 실력으로 파트너에게 미안하기도 하지만

올 가을 여행지는 양양과 화천의 파크골프장이었다. 유감스럽게 양양 골프장을 찾은 날은 비가 와서 물에 빠진 채로 잔디밭을 걸었다. 조금 성가시긴 했지만 돌아와 생각하니 짙은 향기 베어나는 추억으로 남아있다.

화천에서 1박을 하고 화천 파크골프장을 찾았다. 이외수 선생님 문하에서 잠깐 공부한 적이 있던 나는 화천이 항상 그리운 동네였다. 너무 멀어서 자주 갈 수 없었던 곳, 좋은 문우들과 밤새워 나누던 이야기, 그곳의 풍경들이 가끔 떠올랐었다.

친구의 그 인연은 사랑스러운 사람이었다. 중년의 나이에도 순박하고 웃음이 많은 사람이었다. 힘들고 길었던 긴 터널을 겨우 빠져나와 스스로 살겠다고 찾은 파크골프장에서 내 친구를 만난 것 같았다. 그 사람을 단번에 알아본 친구도, 내미는 손을 덥석 잡은 그녀도 예사롭지 않은 사람들 같았다. 내게 그 인연을 이야기 했던 것처럼 그들에게 내 이야기도 했던 모양인지 우리는 부연 설명 없이도 금방 서로 친숙하게 지내게 되었다.

사람을 만나고 또 서로 마음을 주고받는 사이가 되기까지는 다양한 방법이 있는 듯하다. 오랜 시간의 갈피마다 함께 지낸 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있는 인연들도 있고, 어느 날 문득 바람처럼 다가왔지만 서로를 알아 볼 수 있는 인연도 있다. 오다가다 스치는 많은 인연들도 전생의 어느 골목길에서 잠깐이라도 서로 바라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 중이다.

얼마 전 접한 소설들이 전생을 이야기한 것들이 제법 있었다. 전생의 가족을 못잊어 힘들어 하는 경우도 있었고, 너무 끔찍한 기억으로 어린 아이가 힘들어 하는 경우도 있었다. 소설이지만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처음 가는 곳인데도 익숙한 장소나,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도 알고 있는 사람 같은 느낌은 나 혼자만의 경험은 아니리라 믿는다. 그럴 때 우리는 흔히 내 전생에 온 적이 있었나보다.’ 라고 가볍게 웃으며 이야기하기도 한다.

갑자기 나타나 서로에게 아릿한 기쁨이 된 친구의 인연을 응원하고 싶다. 말하지 않아도 느낌으로 서로를 알아보는 그 마음으로 오랫동안 함께 하기를 바라고 싶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서로의 지나온 시간들을 가볍게 열어 보이는 그 날이 오리라 믿으며 가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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