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행(言行)이 가볍다는 것은

기사입력 2023.09.15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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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훈(주필)

    우리는 입이 가볍고, 방정맞은 사람을 촉새라고 한다. '입이 가볍다'는 말은 '언행이 경솔하다'는 말이다. 입이 가벼운 사람은 자신에게 담아 두지 못하고 얼른 말이 하고 싶어 안달한다. 이런 사람들은 대개 평소 언행이 진지하거나 침착과는 거리가 멀고 경망스럽게 행동하는 경우가 많다.

    즉흥적으로 말을 많이 하다 보면 본의 아닌 말실수를 많이 하게 되고, 말로 마음의 상처를 주기도 하고, 입기도 한다.경험칙으로 입이 가벼운 사람을 곁에 두면 화를 부를 수 있다. 가급적 경계하고 멀리하는 것이 상책이다.

    사람이 살아가다 보면 자신을 위해, 타인을 위해 또는, 조직과 사회를 위해 비밀을 누설하지 말아야 할 때가 의외로 많다. 비밀이 누설됨으로써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을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런데 입이 가벼운 사람은 누구에게 들은 말이나 비밀스러운 얘기를 혼자 간직하지 않는다. 남들에게 쉽게 옮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각색하고 부풀려서 일을 더 크게 만드는 신기의 솜씨까지 발휘한다. 이런 사람의 가벼운 입으로 인해 친구나 연인, 가족 또는 조직 구성원들의 화합을 깨지게 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입이 가벼운 사람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파괴적 심성을 가지고 있다.

    입이 가벼운 사람은 그냥 습관적으로 말을 옮기고 뻥튀기하는 것 같지만, 심저(心底)에는 남이 잘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은 파괴적 심성이 자리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남이 잘되길 바라는 심정에서, 남을 행복해지게 만들고 싶은 마음에서 말을 옮기고 비밀을 누설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남을 깎아내려 자신을 돋보이게 하고 싶은 욕망, 남이 잘되는 것을 막고, 남이 잘한 일을 업신여기고 싶어 안달하는 파괴적 심성을 내면에 가지고 있다. 말을 옮기는 전제조건-사실은 일이 잘못되면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기 위한 면피용- “너만 알고 있어하면서 귀엣말을 속삭이는 근원적 이유가 상대를 파괴하고자 하는 심리가 깔려 있다. 실제 입이 가벼운 사람이 말하고 다니는 것의 절대적 비중이 남을 험담하는 것이다.

    둘째, 자존감이 낮은 사람이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 자신에 대한 자긍심, 자부심이 충만한 사람은 말을 많이 하지 않는다. 구태여 말을 많이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굳이 자신을 알리고, 자신의 존재를 부각하려 하지 않아도 스스로에 대해 자신감으로 철갑을 둘렀기 때문이다. 대체로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물질로 자신을 대신하려 하고, 상대에게 인정받기 위해 자신을 끊임없이 투사할 목적으로 말을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내면의 정신력이 빈약하고 자기가 내세울 것이 없기 때문에 말을 많이 하는 것으로 자신을 위장하고자 한다.

    셋째, 책임감이 없다.

    맹자는 입이 가벼운 사람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람이 말을 많이 하면 반드시 뒤탈이 생기고, 숱한 문제와 분란을 일으킨다. 근본적으로 입이 가벼운 사람은 머릿속에 떠오른 말을 아무 생각 없이 그대로 내뱉는다. 하도 말을 많이 하다 보니 나중에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조차 모른다. 그러다 자신의 가벼운 입으로 인해 문제가 생기면 다른 사람을 탓하고, 책임을 남에게 덤터기 씌우고 회피하기에 바쁘다. 책임감이 없다는 것은 스스로 비겁하다는 것을 말한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은 책임지지 않으면서 남의 잘못에 대해서는 아주 엄격하게 대하는 특질을 가지고 있다. 자신에게 관대하고 타인에게 엄격한 이상한 인성의 소유자다.

    사람이 살면서 경계해야 할 대상 중의 하나가 입이 가벼운 사람이다. 자기 주변에 입이 가벼운 사람이 있다면 경계하고 가급적 대면을 삼가는 것이 좋다. 가까이했다가는 무슨 낭패를 당할지 모른다. 입이 가벼운 사람에게 대수롭지 않은 말을 무심결에 했다가는 빛의 속도로 돌고 돌아 피라미가 고래가 되어 자신을 덮칠 수도 있다.

    그들은 논리적 인과관계 분석이나 상황 판단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잠시도 가만있지를 못하고 아무 말이나 주절대며, 떠들어 대기 바쁘다. 공동체 사회와 자신을 위해서라도 다른 사람의 비밀이나 주워들은 말이 있더라도 할 말 안 할 말을 가려야 하는데, 대단한 정보라도 되는 양 포장하고 각색해서 마구잡이로 퍼트린다.

    대부분 언행이 가벼운 사람은 신뢰받지 못한다. 신뢰했다가는 어떤 봉변을 당할지 모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쉽게 말하기도 하지만, 자기가 한 말을 뒤집는 데에도 능수능란하다. 신의를 저버리고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지 배신과 변절을 일삼는 특질도 가지고 있다.

    언행이 가벼운 사람과는 그 어떤 일도 같이 도모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만고불변의 진리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입이 가벼운 당사자는 그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진중하지 못한 언행이 자기 얼굴에 먹칠하는 것인데도 스스로 언변이 출중한 것으로 정신 승리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언행이 가벼운 사람이 주변으로부터 필요한 존재로 인정받아 소구력을 가진 경우는 없다.

    쇼펜하우어는 입이 가벼운 사람보다 무거운 사람을 더 선호하는 것은 말이 적은 사람이 말 많은 사람보다 자부심이 크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고, 말 많은 사람은 자부심 대신 허영심이 많아 자신이 인정받기 위해 수없이 얘기하고 사람들을 설득하려는 열등감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했다.프랑스 사상가 몽테스키외도 인간은 생각이 적을수록 말이 많다고 했다. 빈 수레가 요란하다는 말이다.

    현명한 사람은 말할만한 것이 있기 때문에 말하고, 어리석은 사람은 말을 해야 하기 때문에 말한다는 영미권의 격언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우리는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말은 분명하고 간결한 것이 좋다. 생각이 정리되어 있으면 말이 길어지지 않는다. 예와 아니오가 분명해야 하고, 그러면 불필요한 오해를 남기지 않는다.

     

    현명한 사람은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 말만 하기에 바쁘다. 말의 중요성을 아는 사람은 말을 아끼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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