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이 공동체 문화의 모범이 되자

기사입력 2023.09.15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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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염광원(하동신문 대표이사)

    해방 이후 우리나라는 서구의 자유주의, 개인주의 사조가 물밀듯이 밀려왔고, 경제구조 역시 급속한 산업화, 서구화가 진행되면서 지켜야 할 아름다운 우리의 전통인 홍익인간을 기반으로 하는 공동체(共同體) 문화가 푸대접을 받았다. ‘만 있고 우리의 가치가 점차 사라진 것이다.

    좀 더 사실적으로 표현하면 먹고살기에 바빠 전통문화를 지키고, 가꾸고 싶어도 그럴 여력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할지도 모른다.

    급속한 사회 구조의 변동은 예전 마을마다 있었던 지역공동체 의식을 약화시켰고,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양태가 심화되었다. 이는 소통과 참여를 통해 지역의 문제를 인지하고 함께 해결하는 우리 고유의 공동체 정신을 위협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지역공동체의 위기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고, 해결 능력을 상실하는 부작용을 가져온다.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개인 간이든, 집단 간이든 얽히고설킨 관계 형성 속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상생과 공영(共榮)을 지향한다. 그 과정에는 정서적 갈등과 이해 대립으로 인해 예기치 못한 문제가 노정될 수밖에 없다.

    갈등과 대립을 해결하고 지역사회를 올바로 이끌 수 있는 아이덴티티는 지역공동체라는 용광로에서 소통과 참여를 통해 상생의 해결 방안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올바른 공동체 문화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1995년 전면적인 지방자치제도가 시행되었다고 하지만 28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실질적 지방자치를 누리고 있다고 자신할 수는 없다. 중앙정부의 권한분권과 자치분권 미비는 차치하고서라도 일상에서 나타나는 지역문제는 주민 참여와 협력 없이 중앙 또는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사안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공동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우리 함께라는 지역공동체 정신이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훌륭한 공동체 문화를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본받을만한 것이 두레품앗이일 것이다.

    두레는 혼자나 몇몇이 모여 하기에는 벅찬 농사일이나 고기잡이 등 마을 일을 공동으로 하기 위한 마을 조직의 하나로, 홍수가 나서 제방이 무너졌다든지, 많은 사람의 힘이 필요한 고기잡이 일이라든지, 마을 누군가 어려운 일을 당해 농사일을 할 수 없을 때 자연발생적으로 조직된 두레에서 대신 힘든 일을 거드는 아름다운 공동체 정신을 함의하고 있다.

    품앗이는 두레보다는 규모가 작은 노동 형태이면서 가장 한국적인 공동체 정신을 담고 있다. 일손이 필요할 때 빌려주고, 일손이 모자랄 때 돌려받는 품앗이는 단순히 일손의 교환,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일손의 품앗이 속에 우리의 정이 오갔고, 아픔과 미움, 이해와 용서가 오간 공동체의 용광로였다.

    두레와 품앗이를 통한 일손의 공유는 사랑과 정을 담은 마을의 미세혈관 역할을 했다. 그 과정에서 누구는 손해를 보고, 누구는 이익을 봤다는 눈금을 들이대는 일은 없다. 내가 상대 일을 더 많이 해줬더라도 또 다음이라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다.

    두레와 품앗이는 갈등 해소의 치료제였다. 같이 모여 마을 큰일을 하고, 서로 품을 나누다 보면 다소의 서운함도, 미움도 눈 녹듯 사라지게 하는 매개체가 두레와 품앗이였다.

    두레와 품앗이를 예전 모습 그대로 강요할 시대는 아니다. 그렇더라도 두레와 품앗이 정신을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 문화로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우리 사회 개개인의 삶을 더 윤택하게, 더 풍성하게 만드는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우리 하동군이 시행하고 있는 공동체 활동 지원 주민 공모사업은 하동의 공동체 문화를 진작하는 바람직한 시책이다. 하동군은 지난 2022년부터 지역문제를 스스로 인식하고 함께 해결할 수 있도록 자발적인 주민 공동체 모임을 장려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금은 청년공동체, 영유아 육아 공동체 등을 중심으로 범위를 확대하고 있는 과정에 있지만, 다양한 계층, 다양한 분야에 많은 군민이 참여하는 공동체 모임이 활성화된다면 그 모임 하나하나가 진정한 주민자치의 토대가 되고, 하동발전의 씨실과 날실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지역공동체 문화가 발전할 수 있는 키워드는 주민의 자발적 참여. 주민 스스로 공동체 모임을 만들고, 지향점에 대한 합의 도출과 공익적 가치를 가진 활동 방향이 정해져야 추진 동력을 가질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지역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나아갈 방향에 대해 스스로 기획하는 의지 충만한 상태에서 지방정부가 힘을 보탤 때 공동체 모임의 활동 능력이 배가될 수 있는 만큼 그 무엇보다 공동체에 대한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가 중요하다.

    지역공동체 모임의 활성화는 쌍방향 소통을 통한 사회적 갈등과 불신을 해소하는 창구가 됨으로써 사회적 갈등 비용과 폐해를 줄이는 유용한 사회관계망을 구축하여 궁극적으로는 지역에 대한 자긍심과 충성도를 고양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하동군이 추진하고 있는 공동체 모임 지원사업이 더 확산되고, 심화되어 하동이 전국 최고의 모범적인 주민자치의 모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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