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층의 바다

기사입력 2023.08.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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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대를 가기로 했다. 부산에 있는 대학 동기가 초대한 해운대. 엄청나게 쏟아지는 비소식이 연일 들리던 시간, 우리는 해운대에서 만날 약속을 했다. 약속한 날짜가 다가오고 보니 휴가의 절정인 7월말이었다. 가족과의 휴가도 미룬 채 우리를 맞을 친구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이 계절에 바다와 맞닿은 곳에 있는 호텔을 예약하고 우리를 초대한 친구는 젊은 시절부터 남다른 데가 있었던 듬직한 사람이었다.

    광양에 있는 동기와 동행하게 된 12일의 일정은 바쁜 일상의 위로가 되었다. 동백섬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셋이 만났다. 체크인 시간이 예상보다 빨라 점심식사 후 바로 주차를 하고 가방을 방에 올릴 수 있었다. 해운대가 한 눈에 들어온다. 여름이 있고 사람이 있고 파도가 있다.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우리는 해변으로 간다. 밀려오는 파도를 함성과 함께 즐기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 우리도 있다. 발가락 사이로 모래가 들어간다. 내리쬐는 햇볕이 강하기만 하다. 밀려오는 물결이 우리를 끌어당기다 달아난다. 옷이 젖는다.

    부산은 정말 국제도시인가보다. 모여든 사람의 반 정도는 외국인인 것 같다. 젊은 친구들도 많고, 가족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노년의 관광객들도 많이 보인다. 물이 깊지 않아 아이들을 데리고 즐기기 좋겠다 싶다. 언제 여기를 다녀갔는지 까마득하다.

    해변의 끝에 다다르자 하늘 위의 바다라는 부제가 붙은 부산 엑스 더 스카이빌딩이 있다. 한 번도 쉬지 않고 100층을 향해 간다. 열기구를 탄 듯한 기분으로 일 분도 걸리지 않고 올라간다. 안내에 따르면 56초란다. 어디선가 에릭 요한슨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는 포스터를 얼핏 본 것 같다. 상상을 찍어내는 사진에 빠졌던 기억이 있어 반가웠다. 이 빌딩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다. 놀라고 또 놀라웠다. 꼭대기 층에서 즐기는 차 한 잔, 모든 건물의 지붕이란 지붕은 다 보이는 곳, 우리의 숙소가 장난감처럼 있고, 그 건물 앞의 동백섬은 초록의 시간처럼 공존해 있다. 복잡하다는 것으로 기억되어 있던 부산이 그 친구로 하여 정겨운 곳이 되었다. 호텔 바에서 나눈 맥주와 그 보다 더 진한 이야기들로 이번 여행은 채워졌다. 가다가다 만나는 선물 같은 시간은 우리의 내일을 행복하게 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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