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기사입력 2023.08.3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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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온 아이 튼실하게 자라고 있어요.’ 휴일 끝자락에 양보에 있는 선생님이 사진과 함께 보내온 메시지다. 우리 집에서 가져간 스타백합이 단단하게 뿌리를 내렸나보다. 핑크빛 꽃을 꽃대 가득 피워 올렸다.

    내가 분양해 준 집에서 사진과 함께 보내주는 꽃소식은 정말 반갑다. ‘우리집 녀석들은 내 허락도 없이 노랑머리가 되었어요.’ 올해 우리 화단의 백합은 노란색이다. 내 문자에 우스워 죽겠다는 이모티콘이 날아온다. 한참을 꽃이야기로 안부를 물었다. 내일 점심 약속이 있었던 터라 올해 받은 청매화붓꽃의 씨와 어디서 한 움큼 날아와 화분에 자리를 잡은 맨드라미 모종을 챙겨가기로 했다.

    갑자기 너무 더워진 날씨 때문에 낮에 나갈 엄두도 낼 수 없었던 마당에 나가 혹시도 올지 모를 비설거지를 하고 들어왔더니 양보의 보름달 사진을 찍어 보냈다. 빨간 불이 켜진 작은 교회당 십자가를 배경으로 은은하게 보름달이 떠 있었다. ‘박달리의 밤하늘을 내게 선물하고 밤공기가 좋다고 자랑을 한다. 늦었지만 나는 다시 마당으로 나가 보았다.

    매일 피고 지는 마당의 여러 가지 꽃들이랑 간간이 따 먹는 고추, 토마토, 가지 등 땅만 열심히 보고 살아온 듯하다. 마음먹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한참 잊고 있었던 하늘을 보았다. 한 밤중에 마당에 혼자 나와 올려다 본 하늘은 많은 것들을 내게 묻는다.

    그대, 안녕하신가?’ 나는 지금 안녕한가. 나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나. 나는 지금 행복한가. 대답 할 겨를도 없이 수많은 질문들만 오고갈 때 보름달은 구름 속에서 얼굴을 보였다 안보였다 한다.

    보름달을 언제 이렇게 마주 보았을까. 지난해 추석에나 보았을까. 참 무심하게도 살아왔나보다. 세상을 구하는 일도, 나를 구하는 일도 제대로 못하면서 하늘을 바라보는 일도 잊고 살았나보다.

    월요일부터 수요일 까지는 오후에 일정이 있고, 목요일은 하루 종일 일하는 곳이 정해져 있어서 일주일이 금방금방 지나간다. 주말에 있던 일정들을 없애버리고 얻은 자유가 갑자기 불안이란 꼬리표를 붙이려고 한다. 머리를 흔들어 본다. 온전히 나를 쉬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목소리를 듣는다. 조금 천천히 가보자. 오늘처럼 이렇게 하늘도 올려다보고, 혼자 즐기는 한 밤중의 여유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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