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낚시가자.

기사입력 2023.08.30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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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말을 함양에서 보내는 동생네는 벌써 시골 사람이 되어서 산다. 그 곳 생활이 더 재미있고, 그 곳의 이웃들이 더 좋고, 그 곳에 있는 시간이 더 행복하다고 하니 말이다.

    오늘은 가지고 있는 꽃을 나누어주려고 동생부부와 원지에서 만나기로 했다. ‘꺾꽂이한 산수국, 씨앗을 뿌린 백일홍, 과꽃 모종, 맨드라미 모종 뽑아서 가져다줄게.’ ‘, 나도 금잔화 좀 가지고 갈게.’

    오전 근무를 마친 동생이 곧 출발한다.’ 고 문자를 보내왔다. 나는 꽃밭에서 가지고 갈 모종들을 조심스레 뽑아서 종류별로 봉지나 통에 담기 시작했다. 비용을 지불한 꽃들보다 여기저기서 얻어 꺾꽂이로 키우거나 씨앗을 심어 나온 것들이 더 사랑스럽다.

    원지에서 만나 점심을 하는데 동생이웃이 전화가 왔다. ‘주말이라 선생님 집에 왔는데’ ‘, 지금 원지에서 점심 먹어요. 바로 갈 건데곧 만나자는 이야기를 하며 그들의 통화는 끝이 났다.

    선생님이 꽃이랑 매실을 가져왔나봐.’ ‘친구들이랑 낚시 갈 거래. 시골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참 좋을 것 같아. 남자 여자 상관없이 나이가 들어도 얼마나 친하게 지내는지, 저 선생님도 일찍부터 혼자 살았지만 외로운 줄 모르고 행복하게 잘 지내시더라고

    이어서 동생은 시골 이웃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가끔 친구야, 같이 낚시가자.’ 는 남자 친구를 따라 낚시를 가기도 하고 등산을 가기도 하면서 산다. 도시에 사는 친구는 부부가 함께 와서 즐거운 시간들을 함께 보내기도 했다. 그러다 동창생이었던 남편이 돌아가시고 그 아내가 남편을 대신해서 동창들의 모임에 나온다는 이야기는 감동적이었다.

    어릴 적 친구들이 생각나는 나이가 되었다. 스쿨버스에서 내려 끝없는 이야기를 하던 우리들에게 어서 집에 가라.’고 나무라시던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나 웃음이 난다.

    가족보다 친구가 좋았던 청소년 시절이 그립다. 지금처럼 혼자서 할 수 있는 놀이도 휴대폰도 없었던 시절이라 그랬을까. 우리는 만나야 했고, 함께여야 했고 그래서 행복했던 시절이었다. 혼자 노는데 익숙해 있는 요즘 아이들에겐 어떤 그리운 시절이 기억에 남을까 사뭇 궁금하다.

    세상 걱정 없었던 그 시절의 나를 만나고 싶다. 멀리 있는 친구에게 안부전화라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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