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호 안명영(전 하동고 교장)

기사입력 2021.12.26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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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동호

     

    안명영(전 하동고 교장)  

     

     원형의 둔덕을 쌓아 잔디를 입히고 그 위에 커다란 곰이 웅크린 형상의 바위를 얹어 ‘河東湖’라고 깊게 새기고 흰색으로 마감하여 선명하다. 새끼를 품은 곰의 배부위에 심은 ‘東’자가 한껏 뽐내고 있다. 획의 마무리는 오리의 목을 비튼 듯하고 시작은 살짝 내렸다가 끝에서 올라가는 여유와 멋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낙관을 생략하였는데 이는 보는 이 모두의 글씨라는 명필가의 겸양을 읽을 수 있다. 

     오른쪽으로 사람의 키보다 높고 넓은 □형의 문이 있다. 문틀에 ’망향의 문’이라 적고 공기가 드나들 수 있게 문짝이 없다. 시선을 올리면 자유롭게 멀리 날아가는 새 두 마리 문양이 있고 시선을 내리면 산으로 둘러싸인 호수가 보인다. 

     오른쪽에 ‘하동호 망향관(望鄕館) 입구’라고 알려주고 있다.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서 고개를 돌리면 수면이 점점 넓어지는 듯하다. 직육면체 공간에 의자가 놓이고 벽 그리고 천장에 대형 사진과 액자사진, 안내문을 부착하였다.

     ‘호수가 되어 버린 아름다운 고향’을 제목으로 뽑고, 

     하동호에 수몰된 마을은 9개이며 197가구이다. 1985년 항공사진을 참고하여 그 위치를 집어내고 있다. 좌측부터 몰랑몰(등촌), 새터, 대밭몰, 가리점, 생방몰, 고래실, 동촌, 중이교가 있던 가마소, 지금의 배수문 자리는 난천이다. 3개 마을 이름에 ‘몰’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들어간다. 

     ‘하동호 망향 옛 기억의 조각’을 제목으로 당시 마을, 동민, 가족 등의 사진을 게시하고 있다.

     상이국민학교에서 섬뱅이로 소풍 왔던 그곳에 앞머리가 벗겨진 나이에 다시 찾은 친구들이 오순도순 추억에 잠긴다. 섬뱅이는 추석 때 하동에서 가장 큰 씨름판이 벌어진 곳이다. 1981년 동촌마을 안길에서 젊은 부부의 남자는 상의 예비군복에 머리를 빗어 넘겼다. 중이교농협창고와 멀리 보이는 죽동 전경을 담고 있다. 중이교와 가마소마을 사진에는 다리발 4개 중이교와 가마소 마을 앞으로 옛 도로가 보인다. 가마소마을전경(86.9.18), 새터마을에 있는 경천묘를 배경으로 가족사진과 경순왕의 초상화가 보인다. 하동고 출신 관리자는 경천묘를 면사무소 뒤로 옮겼는데 찾아보라고 한다. 

     4번째 벽면에 번용도의 ‘고향 품에 안기다’를 장식하였다. 

     소 풀 먹이던 뒷동산 언덕 빼기에 밤꽃이 은은한 향기를 흩뿌린다. 

     호수가의 대나무 댓잎은 바람결에 서로 부딪히며 고향의 봄을 연주한다.

     죽순이 자라는 소리 들리는 듯하다.

     옷가지 하나 걸치지 않은 맨몸으로 멱 감던 냇가의 조약돌은 

     물속에 자리해 보이지 않아도 어느새 고운 돌멩이 하나를 집어 들고 

     호수를 향해 던진다. 

     면사무소 옆 경천묘 금남사 이정표 따라 마을로 올라간다. 높다란 수로 뒤 담장에 둘러싸인 기와집이 있다. 

     河東 敬天廟(경남문화재자료 133). 신라 56대 경순왕의 어진을 모신 건물,  1904년 경순왕의 후손 김성행과 정광용이 중심이 되어 건립, 원래는 2km 떨어진 중이리 새터마을에 있었으나 1988년 금남사와 함께 이곳으로 옮겼다.

     河東 錦南嗣(경남문화재자료 134). 고려 말 목은 이색의 초상화를 모신 사당이다. 권근과 김충한을 함께 모시는데 권근은 이색의 제자로 유학 발전에 공헌하였고 김충한은 고려에 대한 충절을 기렸는데 경천묘 안에 세웠다.

     면사무소 앞 오석에 청암면(靑岩面)의 연혁을 새겼다. 

     단군조선 시대에는 살몰이라 하였고 부족국가 시대는 진한과 변한에 차례로 소속되었다가 시천촌(矢川村) 또는 살천촌(薩川村)으로 신라시대 685년까지 불리었다. 1703년 진주목 청암면 개칭, 1906년 진주부 청암면에서 하동군 청암면으로 편입되고 면청사는 위태리 갈성마을에 신축, 1910년 평촌리 난천으로 이전했다가 1920년 현 위치로 신축 이전하였다. 2003년 1월 궁항 위태 회신을 옥종면 편입, 청암면은 평촌 명호 중이 상이 묵계리이다.

     단군조선 시대에 청암은 ‘살몰’이다. 몰랑몰, 대밭몰, 생방몰의 ‘몰’은 오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단어로 심층 연구가 필요하다.

     몰개, 가물치, 버들붕어, 줄납자루, 갈문망둑, 누치, 끄리, 대농갱이, 메기, 쌀미구리 등 100종의 담수어종이 살고 있는데 토박이 어종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고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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