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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재 나림 문학비 안명영(전 하동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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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재 나림 문학비 안명영(전 하동고 교장)

황토재 나림 문학비

 

안명영(전 하동고 교장)

 

 발품을 팔던 시절에는 최단거리로 황치산을 걸어 넘었다. 자동차가 등장하자 거리에 방점을 두지 않고 경사각을 고려하게 되었다. 황치산에 자동차길을 내면서 돌고 도는 산길이 되고 붉은 흙이라 황토재라 하였겠지.

 황토재 마루에서 내려다보면 마안산 자락에 자리 잡은 직전마을을 볼 수 있다. 조선 인조 때 너뱅이들 옆의 큰 바위에서 도사가 동자를 데리고 앉아 지금의 마을 동쪽편의 ‘원터’를 가리키며, 

 “피가 잘 자라 곡식이 잘되고 흉년이 들지 않아 배고픔을 모를 곳이다.” 라고 하여 피밭 즉 직전(稷田)이 되었다 한다. 직전리는 직전・계산・이명마을로 이루어졌다. 계산과 이명마을은 하나의 마을로 경전선 철도가 마을 중앙을 통과됨으로 소재지 쪽을 계명산에서 이름을 가져와 계산마을 그리고 이명산 쪽을 이명마을이 되었다. 

 직전리는 나림(那林) 이병주의 《바람과 구름과 碑》에도 등장한다. 那林은 조선 말기를 배경으로 점성가인 최천중이 입헌군주제의 이상국가를 세우기 위해 기재와 인재, 호걸을 삼전도장(三田渡莊)이라는 결사를 만드는 과정을 그린 역사소설이다. 

 “역사는 산맥을 기록하고 나의 문학은 골짜기를 기록한다.”

고 하던 작가의 말대로 골짜기에서 이는 구름과 바람처럼 이름 없이 살다간 민초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청암골 16살 소년 박종태는 ‘삼전도로 가자’는 노래를 흥겹게 부르며 황토재를 넘어가고 있었다, 황토재는 진주와 하동의 경계에 있는 험한 고개이다. 오름 십 리, 내림 십 리에 열두 모퉁이를 헤아리는 고개인데, 호랑이를 비롯한 산짐승이 있고 도둑들이 잠복해 있다고 해서, 사람들은 고개 아래 주막에 머물러 있다가 십 여 인 동행이 모이길 기다려야 했다.

 박종태는 황토재를 넘어 직전 마을로 들어선다. 열려있는 대문을 넘자 사랑채로 통하는 귓문이 있었다. 그는 귓문을 열고 사랑채의 축담에 섰다. 바로 대청마루 건너엔 창문 여닫이문을 활짝 열어 놓은 방에서 선비가 낭랑한 목소리로 글을 읽고 있었다. 

 “글 읽는 소리 듣기 좋습니다. 나는 박종태라고 합니다. 반남 박씨입니다. 청암골에 삽니다.” 

 “나는 문영상이다. 그 뜻을 알아들을 수 있느냐?”

 “글이란 사람이면 예의를 알아야 한다. 불쌍한 사람에게 인정을 베풀어야 한다. 옳은 일을 해야 한다. 나쁜 짓을 못하도록 말려야 한다는 것들을 가르쳐 주는 것이 아닙니까.” 

 “네 말이 옳다. 글이란 건 원래 착한 일을 권하는 것이니까.”

 “넌 글을 배웠나?”

 “검은 것은 글이요, 흰 것은 종이요, 하는 것 밖에 모릅니다.” 

 “배우지 않고 글의 뜻을 알면 가히 생이지지(生而知之)가 아닌가.”

박종태는 삼전도장에 입문하기 위하여 면접시험을 보게 된다. 

  박종태가 붓을 들었다. 河東이라고 썼다. 朴某의 독자, 박종태라고 쓰고 보니 종이 한 장이 꽉 차버렸다. 삼전도장을 찾아온 이유를 쓸 자리가 없어 망연해 있는 데 노인이 말없이 종이 한 장을 내밀어 놓았다. 인인성사(因人成事)라고 적었다. 글자의 뜻대로라면 ’사람으로 인해 일이 된다‘는 것이다. 

 삼전도장 수장 원여운 앞에서 면담이 끝난 후, 

“삼전도장이 자네와 같은 사람을 만난 것이 행운이구려, 자네는 활인지술(活人之術)과 득심지법(得心之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자네가 가는 곳이면 마른 풀이 살아나고, 자네가 사는 곳이면 화풍이 자생할 것이로다.”

 직전리는 코스모스-메밀꽃축제로 전국적인 명소가 되었다. 

직하고택의 유래와 설명, 전통종가음식문화제 활성화 및 보급, 마안산과 이명산 등산, 숙박을 곁들이면 그 여운은 오래갈 것이다.

 이병주의 소설 바람과 구름과 碑는 하동인을 생이지지하고 활인지술과 득심지법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고 널리 말리고 있다. 어디서 이처럼 좋은 문구로 하동인을 소개할 것인가! 

 나림 이병주는 1921년 하동 북천에서 태어나 금년은 탄생 100주년이다. 이병주문학관은 이명산 자락의 진교로 넘어가는 고개 아래 무서움을 느낄 만큼 조용한 곳에 있다. 여가를 즐기는 많은 차량과 자전거 동호인들이 황토재 마루를 넘고 있다. 

 황토재 마루에 《바람과 구름과 碑》의 문학비를 세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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