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부르시거든 안명영 (전 하동고 교장)

기사입력 2021.10.17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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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가 부르시거든

     

    안명영

    (전 하동고 교장)

     

    “아버지께서 부르시거든 머뭇거리지 말고 즉시 대답한다. 입에 음식이 있거든 이를 뱉고 대답할지니라.” 명심보감 효행편에 나오는 내용이다.

    상황 설정이 구체적이다. 음식이 입에 있는데 아버지가 부른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입 안에 음식을 넣은 채 대답을 하려하면 음식물이 사방으로 튀어나오게 되거나 소리가 낮아 들을 수 없으며, 급하게 삼키다 목이 메여 물을 마시고 가슴을 쓸어 진정시키는 순간에 아버지에게 위급한 상황이 생길지 모른다. 정답은 손을 입에 대고 음식물을 뱉고서 즉각 대답을 하라는 것이다.

    어떤 일이나 상황 따위를 대하는 마음가짐. 또는 그 마음가짐이 드러난 자세는 시대상에 터하여 표출된다. 

    기술 문명이 느슨하던 시대에는 삶의 사이클이 단순하였다. 교육 기회가 제한적이고 지식 정보의 흐름이 수직적이라 나이에 비례되는 대우가 가능하였다. 경험에 의한 지식의 축적으로 가르침을 줄 수 있어 연장자의 부름에 머뭇거리지 말고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왜냐하면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옛날에 노인을 가까이 하면 구수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고 벽장 깊숙이 간수해둔 곶감이나 꿀을 맛보는 기회가 되었다. 이는 호기심을 유발하는 차시 예고를 통하여 다음 시간이 기다려지는 이치라 할 것이다. 

    현대는 사이버 영상 매체의 발달로 지식정보가 시공간에 제한 없이 검색과 접속으로 쉽고 빠르게 습득 할 수 있다. 지식의 전달체계가 급속도의 변화를 가져와 나이에 따른 사회 체제가 무너지게 되었다. 

    요즘 아버지께서 부르시거든 즉답을 기대할 수 있을까? 상하체제가 분명하던 시대는 가고 통신수단 및 의료기술의 발달로 응급호출 및 치료에 대한 시스템이 변하고 있다. 가볍게 번호를 터치하면 해결 된다.

    통신수단이 발달되지 않은 시대에 아버지가 부른다는 것은 위급 상황이 생겨 즉각 조치를 요하는 경우일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간의 지연으로 상태가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리라. 

    습관은 어떤 행위를 오랫동안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저절로 익혀진 행동 방식이며 어릴 때 습관은 여든까지 간다고 한다. 

    A와 B는 입사 동기이다. 상사로부터 업무지시가 떨어졌다. A는 계획 단계에서 기본 안을 수시로 상급자에게 보고하고 지도를 받으며 추진한다. B는 계획에서 추진단계 예상 결과를 작성하여 기한 내 보고한다. 다른 과제가 주어지면 A는 시급한 과제부터 추진하고 B는 먼저 과제를 완수한 후 해결한다. 과연 상급자는 과연 어떤 업무 형을 선호할 것인가? 

    운동의 3법칙으로 알려진 ‘작용과 반작용 법칙’에 따르면 두 물체가 충돌하면 접촉한 시간 동안 크기는 같고 방향이 반대인 힘이 생긴다. 

    힘이란 질량(물체의 고유한 역학적 기본량)의 속도를 변화시키는 것으로 질량에 반비례한다. 벽에 공이 부딪치는 순간 공과 벽은 같은 힘이 작용하지만 공은 튕겨 나오고 벽은 질량이 크기 때문에 움직임을 읽을 수 없다. 인간관계는 복잡한 상호작용이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위의 답은 다양할 것이다.

    상급자는 하급자의 업무를 취합한다. 하급자는 정해진 시간에 업무를 완수하고 보고하여야 상급자는 다음 단계로 진행하게 된다. 정해진 기간 내에 완료가 어렵다면 미리 말하는 것이 통괄적인 업무로 대처하게 된다. 

    요즘의 전달 매체는 0과 1의 이진법 조합에 의한 디지털 신호화 되어 빛의 속도로 송출되고 인공위성에서 중계하여 지구 방방곡곡 소식을 집에 앉아서 동시에 보고 듣는 시대가 되었다. 더 나아가 휴대폰을 통하여 이동하면서 영상을 보면서 통화를 할 수 있다. 

    면대면 대화는 여러 자료를 유한한 자릿수의 숫자로 나타내는 디지털 방식이 갖지 못하는 정이 포함된 아날로그 방식으로 실제적이다. 영상으로 보는 어버이의 주름살은 나이 먹은 사람의 얼굴이지만 직접 보는 얼굴은 큰 주름은 물론 미세한 잔주름의 움직임까지 읽을 수 있고 장차 나의 얼굴임을 확인하게 되는 교감의 장이 되는 것이다. 

    목소리 전화 보다 영상 통화 보다는 자주 찾아오는 자식에게 관심이 더 가는 것이다. 마음이 통하는 자식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 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 아닐까. 

    어째든 부모가 부르시거든 얼른 대답하고 달려가야 후회가 작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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