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고향의 강 안명영(전 하동고 교장)

기사입력 2021.06.2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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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진강 고향의 강

     

    안명영(전 하동고 교장)

     

    섬진강 발원지는 데미샘이다. 진안 백운면 신원리 팔공산 북쪽 기슭을 흐르는 상추막이골에 있다. 샘 동쪽 봉우리 천상데 주변에서 발원한 계류는 데미샘에 모인다. 샘 주변은 널찍한 너덜 지대로 늦가을을 만끽하기 더없이 좋고 천상데미를 뒤덮는 오색단풍은 절경이다.

     섬진강은 굽이굽이 550리를 흐른다. 순창 적성면 오수천은 남원 요천과 합류하여 보성강과 물길을 섞어 화개장터에서 경상도와 전라도의 경계선을 이루고, 구례에서 동쪽의 화개장터에서 동남으로 방향을 잡았다가 하동읍에서 무동산을 만나 동으로 흘러서, 우곡초 뒷산 자락에서 발원하여 하동읍성 아래 배다리 공원을 지나 조개섬 앞에서 주교천을 담고 남해로 들어간다.

     섬진강과 바다가 만나는 현장의 한가운데 팽이를 엎은 모양의 섬은 태인동의 머리 부분으로 물을 두 줄기로 나누고 있다. 하나는 섬진대교 밑을 흘러 하동 갈사리 노량만, 또 하나는 태인대교 지나 광양만으로 들어간다, 

     그 섬은 섬진강 홍수에 떠내려 오는 지리산 뱀들이 기어올라 득실거린다 하여 뱀섬으로 불리고 건너편 망덕산은 왕비가 날 자리라는 천자봉조혈(天子奉朝穴)의 명당이다. 그 왕비를 배알하는 형국이라 배알도이다.

     배알도 정상에 해운정은 1940년 진월면장 안상선이 건립하였다. 백범의 친필 해운정(海雲亭)이라는 현판을 걸었지만 태풍 사라호에 붕괴되고 2015년 광양시가 복원하였지만 김구의 휘호를 찾을 수 없어 안상선 조카사위 정종섭 휘호로 새로 걸었다. 

     정자에 오르면, 550리를 달려온 섬진강이 남해와 만나고 광양과 하동이 한데 어우러지는 따뜻한 정경을 가슴에 한껏 품을 수 있다. 

     섬진강물과 바닷물이 20cm/sec로 만나 영암염류가 풍부하여 얇으면서 영양가 높고 고소한 음식물로서 해조류가 성장하기에 적당하고 경상도와 전라도에 걸쳐 넓은 갯벌이 형성되어 오래전부터 공동 작업장이 되었다. 

     예전에는 김을 해의(海衣), 미역은 해채(海菜)로 불렀다. 

     조선왕조실록 세종 12년(1430) 5월 4일 기사. 

    “명나라 동궁에 올리는 예물로 …해의(김) 1백 50근, 해채(미역) 3백 근, 곤포(昆布・다시마) 5백 근, 자하자(붉은 새우젓) 10항아리, 문어 2백 40마리를 지고 갔다.” 

     김의 최초 서식지로 섬진강 하구 하동 갈사리와 광양 태인도이다. 김 양식에 대한 최초의 문헌은 1424년에 집필된 경상도지리지에 나타난다. 

     ‘약 260년 전 한 할머니가 섬진강 하구에서 패류를 채취하던 중 해조가 많이 착생한 나무토막이 떠내려 오는 것을 발견하고 거기에 붙어 있는 것을 뜯어 먹어 본 즉 맛이 좋아서 죽목(竹木)을 수중에 세워 인공적으로 착생 시킨 데서 비롯되었다.’

     김여익은 1640년경 겨울날 배알도 해안에 표착한 밤나무 가지에 해조가 부착한 것을 발견하고 짚을 엮어 만든 김발 위에 펴서 말려 때어내는 건조 방법을 개발해 보급하였다. 海衣를 김이 된 것은 생산품을 하동장에 팔 때 “태인도 김가가 기른 것이다”라 하여 ‘김’이라 불리게 된다. 

     인조가 수라상에 올라온 해초를 보고 무엇이냐 묻자, 

    “광양의 ‘김아무개’가 만들었습니다.”

    “그럼 ‘김’이라고 불러라.” 하니 공용어가 되었다.

     김을 해태로 표기한 것은 일제강점기 이후, 김을 노리(해태)라는 일본 이름을 사용하면서 해태가 표준어인줄 알고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해의로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섬진강이 바다가 만나 사람들에게 주는 선물은 단연 재첩이다. 재첩은 간 기능저하 환자들에게 민간약으로 널리 이용되어 왔다. 

     식물성 스테롤이 많아 동맥경화에 좋은 식품으로 대표적 재첩음식으로 재첩국, 재첩숙회, 재첩칼국수, 재첩전 등이 있다. 현재 대부분 재첩은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고 있는 섬진강 하동포구에서 채취되고 있다. 

     재첩은 조개류 중에서도 크기가 작은 편이지만 간장 활동을 촉진시키고, 타우린이 함유되어 해독작용을 돕는다. 

    섬진강이여! 풍요의 젖줄로 영원히 흐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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