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일에서 행복 찾기 - 김영기(교수)

기사입력 2009.04.24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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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두 사람이 자신의 일을 소개한다. 의류판매원이 말했다. “나는 매일 옷 더미에 묻혀 지내지만 그래도 철마다 옷이 싹 바뀌니 좋아.” 그러자 우체국에서 소인 찍는 직원이 말했다. “나는 매일 다른 일을 하니까 좋아.” 의류 판매원이 반문한다. “야, 너는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거 아냐?” 그러자 우체국 직원이 대꾸한다. “똑같지 않아. 매일 소인날짜가 달라.” 직장 일의 따분함을 빗댄 유머이다.
    ‘열심히 일한 자, 떠나라’는 여행사 광고처럼 직장인들은 일에서 잠시나마 벗어나는 것이 소망이다. 그러나 많은 연구에서 발견되는 사실은 행복한 삶이 되기 위해서는 ‘일 자체’에서 행복을 찾아내야 한다는 점이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삶의 환희에 중요한 것은 사랑과 일뿐이다’고 한 바도 있다. 2005년도에 영국 BBC 방송에서 실시한 ‘행복’에 대한 다큐멘터리 프로젝트에서도 행복은 일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긍정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독창적 저서 <플로우: 행복에 도달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에서 ‘행복하게 생각하는 사람들과의 면담에서 가장 자주 듣게 된 마음의 상태가 ‘플로어’이다’고 하였다. 그가 인터뷰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만족스러웠을 때 어떤 느낌이었는지 설명해보라고 하자 “마치 흐름(flow)에 몸을 맡긴 것 같았다”고 대답하는 것을 보고 플로어라고 이름 지었다.
    미하이 교수의 연구에서 발견한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은 플로어를 가장 많이 경험하는 활동이 직장의 일이라는 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직장이야 말로 플로우(몰입)에 빠지기 가장 쉬운 곳’이라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긍정심리학에 선구적 기여를 한 셀리그먼 교수는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할 때 느끼는 행복이야말로 가장 완전한 행복이다’고 한 바 있다.
    필자의 지인 중에 잘 나가는 변호사가 있다. 그에게 ‘그 동안 어느 때가 가장 행복했느냐?’고 묻자, ‘사시 공부할 때가 가장 행복했던 것 같다’고 대답한다. 가장 힘든 시기였을 그때가 행복했다는 것은 그 때가 하는 일에 몰입된 플로어의 시기였기 때문이다.
    청나라 옹정제(雍正帝)는 강희제(康熙帝), 옹정제, 건륭제(乾隆帝)로 이어지는 청나라 최전성기의 황제이다. 어느 날 강희제가 왕자들과 사냥을 하고 와서 왕자들에게 금번 사냥에서 무엇을 느꼈는지 물었다. 첫째 왕자는 “저는 초원, 밀림, 푸른 하늘, 흰 구름 등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았습니다”라고 말했다. 둘째 왕자는 “저는 여러 형제들과 군마들을 보았습니다’라고 응답하였다. 셋째 왕자를 거쳐 넷째 왕자가 대답했다. “저는 오로지 목표로 하는 사냥감만 보았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러자 강희제는 “하하하! 아주 좋아. 너는 일에 전념할 줄 아는구나!”하고 칭찬하였다. 이 넷째 왕자가 강희제의 뒤를 이은 옹정제였다(뤼궈룽, 빌 게이츠가 들려 주는 직장인의 성공코드). 넷째 왕자의 행동이 우리가 말하는 플로우(몰입)이며, 이것이 성공의 원리라는 것을 강희제는 일찍이 꿰뚫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의 직장인들이 타이트한 근무 환경에서 어떻게 플로우를 경험하고 긍정의 마인드를 가질 수 있을까?
    첫째, 플로우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은 현재의 일 속에서 찾아낼 수 있다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하찮아서 뜻을 펼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보잘것없는 뜻을 가졌기에 지금의 일이 하찮게 보이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가 매일 종사하고 있는 노동 속에서 자기 나름의 세계관의 기초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페스탈로치는 교육한다.
    둘째, 사소한 일도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라.
    주방장이 푸드 아티스트가 되겠다고 결심하면 일이 예술활동으로 느껴질 수 있다. 의류 판매원이 뷰티 코디라고 생각하면 역시 예술가 느낌이 들 수 있다.
    셋째, 자신의 영향력 내에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직장인의 행복감에 영향을 미치는 분야는 다음과 같다. (1) 날씨, 경제상황 등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분야, (2) 동료와의 우호적 관계 형성 등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분야, (3) 자신의 감정, 태도 등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는 분야의 3가지이다. 그런데 직장인들이 늘어놓는 불평의 대부분은 자신의 통제력이 전혀 닿지 않는 분야이다.


    나는 평생 단 하루도 노동을 해 본 적이 없다.
    일하는 그 자체가 기쁨이고 즐거움이었다.
    - 에머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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