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뒷 이야기>⑮

(주)하동신문 0 5,986

                                                  정연가 (하동문화원장)
 

동양사에 ‘태종(太宗)’이라는 묘호의 제왕은 여럿이다. 조선조 태종을 비롯, 중국 당나라 2대왕 태종(이세민), 중국 북송(北宋) 둘째왕 태종(조광의), 몽고제국의 2대 황제 태종(오고타이), 베트남 진(陳)왕조의 태종(진경), 중국 명나라 3대 황제 태종(영락제), 중국 청나라 2대 황제 태종(홍타이지) 등등인데, 그들 가운데는 개국에 큰 역할을 하고도, 대권을 거머지는데는 숱한 곡절을 겪은 인물들이 많다. 당 태종 이세민의 경우가 조선의 태종 이방원과 닮은 꼴이다.당 태종은 수(隋)나라 말기 지방의 군 사령관이던 아버지 이연(李淵)을 설득, 마침내 수나라를 뒤엎고 당나라를 세우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그러나 창업에 성공한 당 고조(高祖) 이연은, 장자 건성(建成)을 황태자로 삼아 버렸다. 이에 이세민은 형과 아우 원길(元吉)을 쓰러뜨리고 아버지까지 위협, 권력을 이양 받아 왕이 되었던 것이다.태조 이성계가 등극 6년 2개월 만에, 피묻은 왕권을 별로 반기지도 않는 둘째 아들에게 떠 맡기고 고향 함흥으로 낙향해 버린 까닭은, 다분히 다섯째 아들 이방원의 이유 있는 행패에 마음이 상한 탓이었다. 신덕왕후의 병몰, 철없던 세자 형제의 죽음, 남편을 잃은 딸 경순공주의 출가, 형제끼리의 난투극 등이, 오로지 태종 이방원의 과격한 권력욕 때문에 비롯 된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1400년 11월 13일, 이방원이 형의 양위로 임금이 되니, 소식을 전해 들은 태조는 절치부심 태종에 대한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오죽했으면 태종이 파견한 문안사(問安使)를 보내는 족족 죽여 버렸을까. 고래 싸움에 새우 등터지는 격으로 그들 부자간의 갈등 때문에 죄없는 신하들이 줄을 이어 저승길로 방향을 틀어야했다. 이리하여「함흥차사」라는 희한한 언어가 우리말 사전에 올랐다. 위화도 회군때 공을 세웠던 박순(朴淳)이, ‘설마 태조께서 나는 죽이질 못할 것이다’하고 자청, 찾아가 환궁을 권했다가 결국 죽었고, 태조의 어릴 때 친구로 개국에 힘을 보탰던 성석린(成石璘)은, 지나는 길손으로 꾸며, 찾아가 ‘인륜의 도리’를 설파, 태조의 마음을 흔들기도 했다. 성석린은 사신이 아닌 옛 친구 입장으로 한번 찾아 뵈온 길이라는 거짓말로 목숨은 건졌다. 태종은 마지막 카드로 태조의 왕사 무학대사를 보냈다. 결국 무학의 간곡한 청으로 마음을 돌린 태조 는, 개경으로 환궁은 하는데, 목적을 기어이‘태종을 죽이는 일’에 두었다.태조 옆에는 신덕왕후 강씨의 당숙 강현(康顯)과 또 한사람의 인척 조사의(趙思義)가 있었다. 그들은 태종이 보낸 문안사들을 죽이는데 칼잡이 노릇을 톡톡히했던 태조의 심복들이었다. 환궁을 결심한 태조의 심중을 헤아린 강현은, 은밀히 활과 화살을 준비, 틈을 노려 태조로 하여금 태종을 겨누어 화살을 날리도록 했다. 그러나 그들의 모의가 어느새 태종비 민씨의 귀에 닿았다. 민왕후는 즉시 태조를 맞기 위해 짓는 행궁(行宮) 현장에 나가 행궁 가운데의 작은 기둥을 뽑아내고 화살을 피 할 수 있는 큰 기둥을 세우게했다. 또 태종의 책사 하륜(河崙)은, 태종이 태조에게 술잔을 올릴 때 칼로 후려칠 우려가있다는 생각에서, 두 부자가 멀리 거리를 두고 자리하게 만들어 대비하였다. 태종즉위 2년(1402) 12월 8일, 행궁에 만조백관들이 둘러싼 가운데 태조를 맞는 축하연이 벌어졌다. 먼저 높직히 마련된 용상에 태조가 정좌하자 유심히 숨어서 살피던 태종이, 곤룡포 차림으로 전각 안으로 들어가 커다란 기둥 옆에 앉았다가, 태조에게 절을 올리려 일어섰다. 그 순간 태조가 재빠르게 화살을 날렸다. 사방에서 “아악” 하는 비명소리가 터지는데 태종은 재빨리 큰 기둥 뒤로 몸을 숨겼고 천하의 명궁이 쏜 화살은 둔탁한 소리와 함께 기둥에 박히고 말았다. 태조는 낙담한 표정을 짓고는 활을 팽개져 버렸다. 다음은 태종이 태조에게 술잔을 올릴 차례였다. 태조의 해코지를 예견한 멀찍한 자리에서 태종은 술잔을 채워 내관으로 하여금 잔을 태조에게 바치게했다. 태조는 순간 눈썹이 곤두서고 얼굴이 붉어지더니 “에잇!”하며, 비명 비슷한 소리와 함께 내관이 바치는 술잔을 낚아채 태종을 향해 던져 버리고는, 품속에서 작지만 무시무시하게 생긴 철편(鐵鞭)을 꺼내 바닥에 내동댕이 치며 탄식했다. “으음! 하늘의 뜻인가 보다! 방원이는 듣거라. 하늘이 너에게 임금 노릇을 하게하는구나. 네가 잔을 올리면 저 철편으로 너를 쳐 죽이려했는데,…이젠 어쩔 도리가 없구나!”이어 태조는 품었던 옥쇄를 비로소 태종의 무릎 위에 던져주며, “이 옥쇄를 받아라! 제발 덕이 많은 임금이 돼라!”며 타일렀다. 그런 열흘 뒤 태조 옆에서 태종에게 반기를 들었던 강현과 조사의가 처형하는 등, 태종는 왕권을 다졌고 힘을 잃은 태조는 권력 무상을곱씻어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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