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동은 三抱之鄕삼포지향 안명영(전 하동고 교장)

하동신문 0 353

하동은 三抱之鄕삼포지향

 

안명영(전 하동고 교장)

 

 구름 위를 걷는 듯 황홀한 섬진강하모니철교가 끝나갈 지경에 이르자 땅에 두발을 내리기 아쉬워 난간에 기대어 가만히 돌아본다. 

 무동산을 관통하는 진월터널 입구 아래에 온통 넝쿨로 뒤덮인 시간이 멈춘 토치카(tochka)를 볼 수 있다. 이곳은 밤낮 온도 차이가 심하고 경사도가 크고 지리산 골바람으로 열차운행의 난코스이다. 철교 주변 상황을 살피고 오가는 기차를 예의주시하며, 반대쪽 터널 토치카와 정보를 공유하는 역할을 하였을 것으로 판단된다. 그 임무의 엄중함이 예상되는데 내부에 과연 무엇이 있었을까! 

 섬진강변에 테니스 코트 농구장 분수대를 갖추고 산책길도 잘 꾸며져 있다. 즐기며 동참하고 싶구나! 

 너뱅이들이 펼쳐져 있다. 하동읍 곡창지대로 손색이 없다. 물이 풍부하고 기름진 평야이다. 여기저기 아파트가 들어서고 군청 하동역 교육지원청이 들어섰다. 들판 가운데 구릉이 있다. 비파를 닮았다 하여 오래 전에 비파섬으로 불렀다고 한다. 

 김부식은 삼국사기에서 “비파는 본래 북쪽 오랑캐들이 말 위에서 연주하던 현악기인데, 손을 밖으로 밀어서 소리 내는 것을 비(琵)라 했고, 안으로 끌어들여서 소리 내는 것을 파(琶)라고 했다.”라고 악기이름의 유래를 설명하고 있다.

 1979년 여름 태풍 쥬디(Judy)로 제주도와 영남 및 호남 지방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였다. 하동 지역에는 8월 25일 03시부터 20시간 동안 432㎜의 집중 호우가 내렸고, 섬진강 수위는 위험수위 9m를 넘어 9.2m에 달했다. 당일 12시 45분 횡천강 하류 신기제방이 붕괴되었다. 

 너뱅이들을 휩쓸고 하동읍이 물바다가 되어 강인지 바다인지 분간할 수 없는 항구 같은 느낌이었다. 하동읍 시가지에는 노 젖는 배가 떠다니고, 비파섬은 배섬이 되어 버렸다. 소, 돼지가 헤엄쳐 다니고 시장안의 가게에서는 물건 하나라도 더 건져볼까 애써 보았지만…. 며칠 후 물 빠진 시가지에 나룻배 한척이 긴박한 상황을 설명하듯이 덩그렇게 남아 있다. 

 레일을 걷어내고 시인의 길로 꾸몄다. 양옆은 보리를 촘촘히 꽂았고 간간이 시비를 볼 수 있다. 머리 위로 광섬유 다발로 장식하여 쏟아지는 별빛을 연출하는 명소가 되겠구나.

 군청 길과 교차하는 지점을 지나면 눈이 둥그레지는 장식물을 볼 수 있다. 무수한 종을 달고 있는 커다란 종이다. 스틸파이프를 지름이 다르게 19단의 종을 만들고 이름을 쓴 주먹 종을 촘촘히 달았다. ‘천사의 종소리입니다’라는 안내문을 세웠다. 

 2020년 8월 집중호우 수해피해 시 성금(1233명)과 정성스런 물품(224명) 그리고 자원봉사(105명)로 마음 모아 주시고 불우한 이웃들에게 사랑을 실천해 주신(352명) 고맙고 감사한 분들의 이름을 이 종에 담았습니다. 善한 기운의 종소리가 모여 더 많이 나누고 베푸는 알프스의 메아리로 우주 만리에 퍼져나가길 기원합니다. 2020. 12.1. 하동군수 □□□

 표성(表誠)을 의미 있게 살리는 묘책이다. 아쉽게 ‘하동군수‘로 마무리되었다. 군수는 직위이며 하동사람은 군수로서 적임자를 뽑은 것이다. 그 사람은 하동사람의 뜻을 받들어 신명을 바쳐 일하는 사람이다. 군수 이름을 새기는 것은 두고두고 업적을 평가를 하겠다는 것, 다음 군수에게 이름과 명예를 걸고 열심히 하라는 교훈이다, 실명제가 일반화되기를 기대 해본다.

 복선 레일이 나타나고 있다. 역이 가까워지는 것이다. 역은 사람들이 모이고 흩어지는 장소이다. 이제는 옛 하동역으로 되었다. 남대우 시인의 ‘우리 엄마’의 시를 음미한다.

 우리 엄마 손은 약손이라네 아픈 배 만지면 스르르 낫고 우리 엄마 손은 재주도 용해 고까옷 때때옷도 잘도 만들지. 우리 엄마 젖은 꿀 항아리야 언제나 먹어도 맛만 좋더라. 

우리 엄마 젖 쥐고 품 안에 안겨 코-코- 잠들면 꿈나라 가지.

 하동미술인 13인의 합작품 三抱之鄕(삼포지향)의 받침돌에 툭 던지는 의미 있는 고전 성평리 출신 노래시인 정두수의 ‘삼포 하동’이다.

 

하동은 그랬다. 하동포구는 산이 없나 江이 없나 바다가 없나 산도 큰 산 지리산이 솟았고 江도 長江 섬진강이지 바다는 한려수도 노량해협이며 들은 하동땅 여기저길세 

하동은 그랬다. 삼포의 하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