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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게 정상인가요? 광양서울병원 2내과 김우종

하동신문 0 850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게 정상인가요? 

 

                                                      광양서울병원 2내과 김우종

 

 

 

 남이 잘 되는 일을 보고 단지 시샘이 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정말 배가 아플 때가 있습니다. 배에 병이 생긴 것도 아닌데 자주 아프고 대변양상이 바뀌고 (설사, 변비) 대변을 보고나면 배 아픈 게 좋아진다면 과민성 장증후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 검사를 해도 아무 이상이 없는데 배가 아프신 분들은 오늘 말씀드릴 과민성 장증후군에 대한 내용이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과민성 장증후군에서의 ‘증후군(症候群)’이란 표현은 ‘병(病)’과는 다릅니다. 명확한 질병이 아니면서 여러 불편한 증상이 같이 나타날 때 쓰는 표현이지요. 증후군, 애매모호함, 오래 지속됨, 불편하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음, 이런 표현들을 한데 묶어서 생각하시면 과민성 장증후군을 이해하시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과민성 장증후군에서는 증상의 기간을 최근 12개월 중 12주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과민성 장증후군의 원인은 명확치 않습니다. 유전적인 영향, 스트레스, 특정한 음식에 대한 과민반응 등이 증상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장은 단지 음식물이 지나가는 고정된 통로가 아닙니다. 뱀이 움직일 때 몸의 수축과 이완에 조화를 이루어야 하듯 우리 몸 안의 기다란 장이 음식을 소화시키는 과정에도 자율신경이 연결되어 있어서 장의 리듬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는 장의 리듬이 깨지면 장의 운동이 너무 활발해져서 설사가 나오거나 도리어 운동이 줄어들어 변비가 생길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장의 운동에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고 개인별로 특정한 음식이 장을 자극할 수도 있지요. 대변을 보면서 장을 조금 비우고 나면 증상이 좋아지지만 다시 증상이 반복되곤 합니다. 

 과민성 장증후군을 진단하는 결정적인 검사는 없습니다. 환자분의 연령, 과거력, 증상을 고려하여 실제로 ‘병(病)’이 있는지 의심하는 게 필요합니다. 필요하다면 초음파나 내시경 같은 검사를 해야 하지만 검사여부가 진단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암이 의심되는 환자라면 꼭 검사를 해보아야 하는데 예를 들어 50세 이상, 혈변, 체중감소 등이 있다면 반드시 내시경을 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20대 청년이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복통과 설사만 반복된다면 검사 없이 과민성 장증후군을 진단할 수도 있습니다. 

 과민성 장증후군에는 특효약도 없습니다. 대개는 각각의 환자분의 증상에 따른 약물들이지요. 설사를 주로 하는 분이라면 진경제를 쓸 수 있고 불안하고 스트레스에 민감하면서 복통도 있다면 안정제를 같이 복용하실 수도 있습니다. 단 변비형 과민성 장증후군 환자의 경우 무작정 변비약을 쓰면 악화될 수도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동일한 증상에 동일한 약을 써도 환자별로 효과가 다르므로 증상이 좋아질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약을 여러 번 조정하면서 길게 복용 할 수 있다는 것도 알고 계시면 마음이 편해지실 것 같습니다. 

 과민성 장증후군의 원인 중 하나가 스트레스라고 말씀드렸는데 그 스트레스를 잘 해소하는 것도 치료법 중에 하나입니다. 본인이 어떤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지 파악하고 운동이나 취미생활로 잘 푸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을 드시는 것도 좋은데 예를 들면 콩, 브로콜리, 사과, 당근, 토마토 등이 이런 음식에 해당합니다. 하지만 평소 가스가 잘 차고 배가 금방 팽만해서 답답하신 분들은 식이섬유를 드시는 것이 더 불편하실 수 있습니다. 과민성 장증후군에 절대적으로 도움이 되는 음식은 없기에 평소 본인이 어떤 음식을 먹으면 불편한지 본인만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그런 음식을 피하시는 것도 권해드립니다. 

 배가 자주 아파서 학교 수업을 못하고 부모님과 함께 진료실을 찾는 학생들이 종종 있습니다. 학생 입장에서는 정말 배는 아픈데 검사하면 이상은 없으니 답답하고 부모님은 아이가 의지가 약하니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고 속상해 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럴 때 저는 ‘누구는 감기에 자주 걸리고, 누구는 신경 쓸 때마다 두통이 생기는 것처럼 장이 다른 사람들보다 민감한 사람도 있어요.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니 걱정 마세요’라고 설명 드립니다. 과민성 장증후군이라고 걱정만 하시는 대신 본인에게 맞는 식이, 생활습관을 찾아보시고 주변사람들도 당사자를 격려해주신다면 금방 좋아지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본인 의지만으로는 회복이 늦을 수 있으니 약물치료를 위해서 의사진료를 받아보시는 것도 필요하시겠지요. 

 맨 앞에서 말씀 드린 대로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게 정상일까요. 타인이 잘 되는 일에 시샘을 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에서 자연스러운 일이겠지요. 다만 마음을 여유롭게 가지시고 타인과 화목하게 지내는 것도 과민성 장증후군을 멀리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게시물은 하동신문님에 의해 2017-05-02 00:32:12 지역소식에서 이동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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