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하동공원에 올라 - 안명영(전 하동고교장)

하동신문 0 1,501

하동공원에 올라

 

안명영(전 하동고교장)

 

 10시경 대경아파트를 지나 갈마산 모퉁이를 돌고 보니 섬진강이 펼쳐진다. 잠시 후 하동공원 안내판을 보고 경사진 길을 오른다. 덮개가 있는 우물이 있고 옆에 천년은 당당하게 살아온 듯 팽나무가 우람한 몸통을 보이고 있다. 천당수라 하면 제격이겠다. 

 주차하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정상으로 오르는데 매화는 향기로 나그네를 반긴다. 가파른 길을 오르자 신기하게 생긴 바위가 눈길을 끈다. 여기 저기  바짝 마른 쑥이 붙은 듯하고 마늘이 두 쪽으로 갈라진 형상이다. 이름이 있을 듯하다. 전망대에 오르자 송림과 너뱅이들이 보이고 저 멀리 금오산, 두 개의 철교와 개통을 기다리는 2호선 국도가 보인다. 뒤를 돌아보니 구례에서 보다 더 멀리서 흘러오는 섬진강이 변함없이 乙형의 자태를 보이고 있다. 

 섬진교 위로는 강폭이 넓어져 유속은 느려 호수로 보아야겠다. 이름하여 섬호라고 하지 않는가. 강물은 모래와 흙을 담고 흘러오다가 떨구어 섬을 만들었다. 그 섬에서 무등암 아래까지 부유물로 직선의 띠를 이루고 스티로폼 상자가 올라가고 있다. 공원을 내려 올 때는 부유물의 흔적이 없다. 무슨 조화이련가. 

 다원정을 지나 최근에 이전한 듯 2개의 비석이 있다. 하나는 기단에 故 總警 金點俊 外 一四二 柱로 새기고 비신 전면에 忠魂塔으로 되었다. 옆 비석의  기단에는 建立者 西南地區戰鬪警察隊司令官 河東警察署長 郭斗金으로 새기고 비신 전면에는 한청기동대 戰功忠魂塔이다. 비신 뒷면에는 모두 내용을 적었는데 글자는 작고 이끼에 가려 판독하기 어렵다. 학생이나 외지 사람들이 알기 쉽게 요약하여 한글로 안내판을 세우면 좋겠다. 

 M1 또는 괭이 세 자루를 세운 듯 하얀 조형물을 볼 수 있다. 2014년 6월 6일 건립한 충혼탑이다. ‘언제나 높은 곳에서 아래로 굽어보며 우리 하동이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 칭송받는 고장이 되도록 축복해줄 충혼탑’이리고 경상대 한상덕 교수는 글을 지었다. 

 능선 따라 시의 언덕이다. 안내판에 차례로 최치원의 入山詩, 안희재의 蟾江春酌, 이인로의 蟾津江落照, 남대우의 보슬비, 정여창의 入山詩 등이다. 특별히 관심이 가는 것은 최치원과 정여창의 입산시를 비교해 보는 것이다. 

 최치원의 시비는 대리석으로 세 개의 산을 다듬었는데 중앙에는 높은 산봉우리이고, 양쪽은 구름이 흘러가는 형상으로 모양을 갖추었는데 전체적으로 山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가운데 바위산에 入山詩를 새겼다. 

  僧乎莫道靑山好??스님아 산이 좋다 말하지 말라 

  山好何事更出山??산이 좋을 진대 어찌 산을 나서는가 

  試看他日吾踪跡??훗날 내 자취 두고 보시오

  一入靑山更不還??한번 청산에 들어가면 다시 나오지 않으리니

 

 섬호정 앞에서 정여창 선생의 시비를 발견했다. 그런데 제목은 入山詩가 아니라 蟾津江이다.

  風蒲泛泛弄輕柔  솔바람 부드러이 갯버들을 흔들고 

  四月花開麥己秋  늦은 봄 화개골은 보리 익어 가을 같구나

  看盡頭流千萬疊  지리산 천만 봉을 두루두루 구경하고

  孤舟又下大江流  조각배에 몸을 싣고 큰 강 따라 흘러가네

 

 올 봄에는 하동포구 80리를 걷고 싶다. 아주 천천히 몇 날 몇 밤에 걸쳐서, 달빛 아래면 더욱 좋겠구나.

 

△ 글쓴이 安明榮

  - 1954. 하동 옥종 産

  - 경남과학고 교사. 의령고교감, 쌍책중?하동고?명신고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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