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칼럼

청암골 찾아드니 안명영 (전 하동고 교장)

하동신문 0 61

청암골 찾아드니

 

안명영

(전 하동고 교장)

 

청암골 찾아드니

안명영(전 하동고 교장)  

 물은 흐르고 산은 솟았다. 물은 평형을 이루려 함이요 평지보다 높지 않으면 산이 아니다. 물이 고이니 수면은 잔잔하고 평평하구나.

 하동호와 산굽이가 만나 들어가고 나오는 굴곡은 다르지만 수면이 균일하게 경계를 이루고 사람들은 길을 닦으니 달리는 차는 수면에 가까워졌다가 올라갔다 한다. 하동호 이전에는 난천 가마소 중이교를 건너 왼쪽으로 돌아 청암골로 갔더니 이제는 새로운 길 따라 들어간다. 

 몇 구비 돌고 돌자 돌을 쌓고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정자를 앉히고 계란형 자연석에 百源亭(백원정)라 새겼다. 백원정은 효는 모든 행실의 근원이라는 孝百行之源也(효백행지원야)에서 옮겨온 이름이다. 인간의 행실 규범은 효에서 비롯되어 충(忠)으로 발전한다. 부모에게 효성이 지극한 사람을 효자, 효부라 하고 조부에 효성이 지극한 사람을 효손(孝孫)이라, 청암골 들머리에서 百源亭에 올라 忠에 대한 교훈을 기대하게 된다.

 뒤축을 들고 조신하게 걷듯 좌우를 살피며 운전하자 공터가 나오고 비스듬한 비석과 꼿꼿한 비석 주위를 다듬은 돌로 울타리를 둘렀다. 한적한 장소에 예사롭지 않은 모양새이다. 유독 경사진 비석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상식의 눈으로 곧바로 세워야 무게중심이 낮아 안정감이 있는데 왼쪽으로 기울어져 고개가 따라 간다. 

 조마조마한 마음을 안고 다가가자 글판은 수직으로 다듬고 항일독립유공자추모비(抗日獨立有功者追慕碑)로 새겼다. 무슨 의도로 비석은 기울고 글자는 반듯이 적어 내려갔을까!

 해답은 앞에 세운 안내판에 있다.

비가 넘어질 듯 불안정함은? 

일제강점기 당시 국가가 위기에 처해 있음을 나타내고, 

抗日獨立 글귀를 바르게 쓴 의미는?

국민의 바른 마음과 굳건한 애국정신으로 나라를 찾겠다는 다짐이다. 

맨 위의 태양은?

빛과 영광을 뜻하며, 현재 우리나라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음의 상징이란다.

뒷면 오석에 공적을 새겼다. 스마트 폰 촬영으로 해독이 가능한 아래쪽에 기록된 유공자를 소개하면, 

 정재옥은 평촌 출신으로 1919.4.7 김기범과 태극기를 만들어 평촌 광장에 게양하고 다음날 주민 규합 독립만세를 고창하며 면사무소까지 시위행진, 권대형은 궁항 출신으로 1919.3.1 옥종 안계리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하였다. 

 파격적인 모습에서 호기심과 관심을 모으고 가슴에 새기게 하는 놀라운 비법이다. 어디에서 이 같은 발상의 전환을 볼 것인가. 발품에 충분한 보상을 받고도 남는다. 

 꼿꼿한 비석은 일제의 침략으로 조국이 암울할 때 뼈를 깎는 아픔을 함께하신 님들의 큰 뜻을 기리는 충혼탑(忠魂塔)이다.

 기암계곡 옥수청류 하동호를 이루는 청학이 노니는 계곡 속으로 빠져들자 청송녹죽 우거진 곳에 ‘백암동천(白岩洞天)유래’라는 안내판이 반긴다.  

 이곳은 청암면 상이리 산13-14번. 구무바위(孔岩) 밑이며 가리바위 위에 위치한다. 이 일대는 청암천 중에서 가장 계곡이 깊은 곳이며 사방으로 둘러있는 푸른 숲과 기암절벽은 가경을 이룬다. 굽이쳐 흐르는 맑은 물은 곳곳에 큰 소를 만들었고, 백석은반은 오랜 세월동안 유수에 마세되어 환한 빛을 내니 백바위이며, 석면에 백석동천(白石洞天)이 음각되어있다.

 백암 김대명(白岩 金大鳴) 선생은 조선 선조 때 서장관으로 명나라를 다녀온 후 당쟁이 분분하매 묵계동에 은거하다가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진주목사 학봉 김성일 간권(懇勸)으로 의병도소모장이 되어 많은 공을 세웠다. 이곳 경승에 매혹되어 정자를 지어놓고 소요하니 백암동천이다. 소객(騷客)들은 1911년 청백음사를 조직하여 백암동천에서 시회를 하였고 그 유풍은 이어지고 있다. 이리저리 둘러보아도 석면은 하얗게 눈부시건만 白石洞天 네 글자는 찾을 수 없다. 

 후학은 청암골 경관을 마음에 담아두고 먼저 찾은 이의 글을 펼쳐내니, 

 청암골 찾아드니 꼬불꼬불한 길에 보는 곳마다 아름답도다. / 봄 날씨 따뜻하니 시내에 고기들이 노닐고 / 나무 빽빽이 우거진 곳에 새만 나는 구나 / 바닷가에 살자니 바쁘기만 하더니 / 산중에 와보니 말년에 여기 살고 싶구나. / 친구들과 동행하면서 같이 읊으며 석양에 한잔 들고 즐겼네(운암 여경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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