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칼럼

하동춘추 30 마누라 덕분에 살아가는 남자 도비 문찬인

하동신문 0 299

하동춘추 30

 

                마누라 덕분에 살아가는 남자

 

 

 

                                 도 비   문  찬 인

 

나는 ‘마덕남’이다. 마누라 덕분에 살아가고 있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지금 한 65세 언저리에 있는 남자들. 흔히 ‘6.25 이후 세대’들은 간혹 혼란스러울 때가 있다.

우리 세대는 아버지의 권위가, 남자의 권위가 제대로 보장된 가부장적 문화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세상은 급히 바뀌고, 여성들의 권익과 목소리는 날로 커져 왔다.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면 꼰대 소리를 이웃이나 자식들에게서 듣곤한다.

어느새 은퇴하여 집에서 아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니 서로 다투는 일도 많아지는데 다투면 내가 이길일이 거의 없다. 이젠 집안의 대소사를 장악한 마누라의 말씀이 곧 법이 되는 경향이 심해졌다

이제 세상은 나를 잊었고 밖에서 할 일은 거의 없으니 거의 식충(食蟲) 수준으로 전락한 나의 모습이 어찌 마누라에게 곱게 보이겠는가?

얼마전 가까운 몇분을 모시고 ‘지리산’에 관한 말씀을 나누면서 내 스스로를 ‘마덕남’이라 소개하니 모두 웃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이다

마누라의 원래 말은 ‘마노라’라 한다. 상대를 극히 높이는 존칭이다.

‘대감마노라’, ‘세자마노라’등등으로 쓰여졌다고 한다. ‘마노라’는 ‘맏+오라’에서 유래되었다.

‘맏’은 첫째, 머리란 뜻이고, ‘오라’는 우리의 고어이다. 그러니 ‘마누라’는 ‘우리중의 맏이’라는 뜻이 된다

마누라 하면서 가볍게 부르던 아내의 별칭에 이렇게 깊은 뜻이 숨어 있었다니...

그러니 내가 마덕남 운운하며 스스로 외쳐대는 모양이 전혀 부끄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몇해전 DMZ 부근에서 만난 어떤 이가 마덕남의 신조 몇가지를 가르쳐 주었다.

먼저 처하태평(妻下太平)이다. 마누라 아래에 있으면 크게 편안하다

순처자(順妻者)는 흥(興)하고 역처자(逆妻者)는 망(亡)한다. 마누라에게 순종하면 흥하고 마누라를 거슬리면 망한다

남자의 목숨은 마누라에게 달려있다. 남명재처(男命在妻)이다

진인사대처명(盡人事待妻命) 열심히 일하고 마누라의 명령을 기다려라

약간 코믹한 느낌이 들었지만 찬찬히 뜯어서 생각하니 내 젊은 시절에 우리 마누라께서 나에게 바쳤던 순종 그대로가 아닌가?

성경 에베소서 5장25절에서도 ‘남편들아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시고 위하여 자신을 주심같이 하라’라고 하셨다

그날 대화를 나누었던 한분이 도비는 요즘남자라 하면서 문자를 보내 주셨다. 

太公 曰 痴人畏婦 賢女敬夫(태공 왈 치인외부 현녀경부)

‘태공이 말씀하시기를 어리석은 사람은 아내를 두려워하고, 어진 여자는 남편을 공경하느니라’

아내를 두려워 하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하는 짓이지만 마누라를 존중하는 것은 현명한 사내가 해야 할 일이다.

아무도 찾아주지 않아 스스로 숨어사는 사람을 잠부(潛夫)라 한다. 부족하고 때가 이르지 않았으니 스스로 멈추고 기다릴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마누라는 아무런 불평없이 무거운 짐을 혼자 감당하면서 나를 챙겨준다.

그러니 나는 마덕남일 수밖에 없다

一犬哭, 二犬哭, 萬犬從此一犬哭 (일견곡, 이견곡, 만견종차일견곡)

한 마리 개가 짖자

두 마리 개가 짖고, 만 마리 개가 이 한 마리 개를 따라 짖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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