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칼럼

하동춘추 20 ‘하동대종(河東大鐘)’ 주조 논의에 한마디 보태어

하동신문 0 56

하동춘추 20

‘하동대종(河東大鐘)’ 주조 논의에 한마디 보태어 

문찬인 

 

지난 달 쯤 군청에서 회의가 있으니 꼭 참석해 달라는 전갈이 있었다. 내가 군청 회의에 갈 정도로 뛰어난 인물도 아니고, 또 무슨 단체의 장을 맡은 바도 없어 많이 망설였지만 ‘오라는데 잘 안가모 다시는 오라 소리 안한다’는 선배님들의 가르침도 있고 해서 집을 나서기로 했다.

하동읍내 나들이는 산골짝 사는 사람에게는 큰 행사이다. 이발도 해야하고, 목간도 다녀와야 하고, 옷도 나름 잘 차려입어야 한다. 그나마 자동차로 30여분이나 가야하는데다 주차할 데는 있을까? 하는 걱정도 한몫 거든다

차 밧데리가 나가 긴급출동을 부르는 우여곡절 끝에 한 20여분 늦게 도착하였다.

회의의 주제는 정기룡장군 동상 건립과 하동대동 주조를 위해 한 40여억원 정도 성금을 모금하자는 것이었다.

40여억원이면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하동장학재단에서 100여억원의 기금을 마련한 노하우가 있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판단일까?

코로나19로 세상도 어렵고 군민들의 경제사정도 점점 나빠지고 있다. 그럼에도 군수께서 사람 불러모아서 성금거두자고 하는 것은 나름대로 복안이 있는 탓이리라

우리 하동에는 대표적 랜드마크(Land mark)가 없다. 지리산,섬진강,노량바다,화개장터, 최참판댁등 들먹여야할 것이 많다보니 ‘이게 하동이다’라고 콕 찝어 말하기가 어렵다.

하동을 대표하고, 군민의 마음을 하나로 엮는 상징물의 존재는 많은 사람들이 그 필요성을 역설하였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하동대종’은 어떨까?

하동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것은 언제 부터일까? 옥종에서 발견된 주먹도끼등을 볼 때 구석기시대부터 사람이 사람이 살았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그 흔적이 확실한 것은 신석기 전기 무렵의 ‘목도패총’이다. 한 5천년전 쯤 되엇을 것이다

그간 수많은 사람들이 하동 땅에 족적을 남기고 역사를 일구어 놓았다. 낙로국, 다사국, 한다사군, 하동현, 하동도호부, 하동군으로 이어지는 긴 호흡이다

한 때는 가야소국이었고, 또 한 때는 국가와 더불어 팔만대장경을 만들기도 하였지만 지금은 인구 5만의 조그만 시골 군으로  소멸 위험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우리는 하동이다’ ‘I love Hadong’ 이 지금보다 더 절실히 필요할 때가 있었을까?  하동대종은 그래서 더욱 주조하여야 하지 않을까?

서울 종로에 보신각이 있고 대종이 걸려있다. 조선 개국조인 태조 6년에 설치하였다.

하루에 두 번 오전 4시경인 파루(罷漏)에 33번, 오후 10시경인 인경(人定)에 28번 종을 쳐 한양의 성문을 여닫고, 도성 안팎 민중들에게 시간을 알려주었다. 뿐만아니라 한양 도성안에 큰 화재가 나거나 변란이 있을 경우 종을 쳐서 도성 주민들에게 이를 알렸다

보신각 종각은 한양의 상징이고, 민중의 생활중심이 되었다. 이름 또한 두루 믿는 마음을 갖게 하자는 의미에서 신(信)을 넣었다고 한다. 신(信)은 오상(五常)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에서 따온 것이며, 방위로는 중앙을 의미한다

수원 화성에도 ‘여민각’이 있는데 조선 정조대왕의 명으로 설치되었다. 여민각 종의 4면에는 “ 수원시민 모두가 화합하고, 집집마다 부유하고 충만하며, 수원을 중심으로 세계로 번성하고 번영하라”는 뜻의 글귀가 새겨져 있다

한마디로 서울이던 수원이던 경주이던 어디든지 종을 설치한 곳은 지역민의 안녕과 소망을 종소리의 너울에 담아보자는 것이다.

혹자는 말한다 ‘절에 가면 종 천지인데 뭐할라꼬 또 종을 매단다 말고’ 절에 있는 범종과 지자체 마다의 대종은 그 상징성과 보편성에서 큰 차이가 있다

우리 하동사람들의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 아니라 대처(大處) 사람들처럼 잘먹고 잘살고 번창해 보자는 것이다

갈사에 걸었던 ‘대처의 꿈’은 가물가물 멀어지고, 운주사의 와불이 벌떡 일어나 새 세상이 열리기만 바랄 수 밖에 없는 하동의 마음을 그대는 아는가?

갈마산 언덕 높은 곳에서 지리산 섬진강으로 울려 퍼지는 하동대종의 긴 울림이 석양의 노을을 타고 우리 마음 속으로 다가오는 그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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