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칼럼

숙종대왕이 민초한테 한 수 배우다 - 여호영

하동신문 0 175

숙종대왕이 민초한테 한 수 배우다

                                                     여호영

조선 숙종은 재위기간이 46년이다. 영조 재위기간 51년 다음으로 길다. 임란을 극복하고 나라가 안정기에 접어 들었다. 정치는 숙종이 장악하였다. 신권을 견제하기 위해 당파간의 경쟁을 유발했다. 우세한 당에게 정국인사를 통째로 맡긴다. 환국이라고 한다. 요새말로 하면 완전한 정권교체이다. 대동법이 황해도까지 확장되고 있다. 장기 집권하고 있는 숙종이 하루는 평복으로 변복을 하고 민정시찰 길에 나선다. 보좌관 한 명만 수행한다. 동대문 근처에 갔다. 날은 어둑어둑하다. 가물가물하는 호롱불이 문 창 밖으로 희미하게 비쳐 나온다. 지금은 종로5가 효제동 어디쯤이었다. 좁은 골목길에 접어 들었다. 근처 어느 집에서 크게 웃는 소리가 들린다. 핫, 핫 하! 아아 핫하 하. 숙종은 이른 웃음은 난생 처음 듣는다. 궁에서 신하들이 흔히 하는 만들어진 또는 계산된 가식으로 가득 찬 웃음과는 근본적으로뿐 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다르다. 기이한 일이다. 숙종은 웃음이 나오고 있는 그 집 문 창을 노크했다. 주인장 계십니까? 지나가는 과객입니다. 물 한잔 얻어 마실 수 있겠습니까? 하문요. 안으로 들어 오시죠. 숙종이 방안을 돌아보니 주인장은 짚으로 새끼를 꼬고 있다. 식솔들이 빙 둘러 앉아 주인장을 거들고  있다. 아이들이 세 넷, 노부모도 모시고 있다. 결례가 안 되신다면 주인장에게 한 말씀 여쭤도 되겠습니까? 예. 주인장께서는 어찌하여 그렇게 행복하게 웃음을 짓고 계십니까? 저는 빚을 갚고 있으면서 한편으로는 저축을 하고 있습니다. 숙종은 이 사람이 자신 보다 났다고 생각한다. 기근이 몇 년째 계속되어 아사자가 늘어 나고 있다. 청나라로부터 식량을 드려오려 해도 신료들이 어떻게 오랑캐 곡식을 먹을 수 있냐고 한다. 숙종은 밤 늦게 궁으로 들어 왔다. 다음날 조회를 마치자마자 반부패비서관을 불렀다. 어제 밤 그 사람을 뒷조사 시킨다. 요즈음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는 와중에 빗을 갚고 저축을 한다니, 분명 그자는 무슨 뇌물을 받았던지 아니면 어떤 큰 부정에 연루되어 있지 않고는 그럴 수가 없다고 수사 지침까지 준다.  며칠일 후 수사보고가 올라 온다. 아무런 부패혐의가 없다고 한다. 숙종은 다시 그 집을 찾아 간다. 어르신 한 말씀만 다시 묻겠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어찌하여 요즈음 경제도 어려운데 빚도갚고 저축도 하시고 계십니까? 저에게 가르침 한 가닥 주십시오. 내가 어렸을 적 부모님이 나를 키워 주셨으니 내가 빚을 진 건데 지금 부모님을 공양하고 있으니 빚을 갚고 있는 거고, 아이들을 내가 키우고 있으니 이들이 내가 늙어 거동이 불편할 때 나를 돌볼 것이기에 저축을 하고 있는 것이요. 그 말을 들은 숙종은 실신한 사람모양에서 겨우 정신을 차리고 그 집을 빠져 나왔다. 이후 숙종은 정사를 정성껏 살펴 태평성대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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