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칼럼

섬진강 강물 속 자연의 이치와 재첩 - 여호영

하동신문 0 321

섬진강 강물 속 자연의 이치와 재첩

                                                          여호영

 

보리가 익을 무렵, 머리에 똬리 얻고 10리터 정도를 담을 수 있는 항아리를 이고 다니는 아낙이 있다. 흰 무명 저고리와 치마를 입고 있다. 머리는 동백기름으로 깔끔하게 손질하고 구리 비녀를 꽂았다. “재첩 국 사이소.” 한다. 따끈한 재첩 국물이 가을 하늘 빛 보다 더 진하다. 60년 전 섬진강 주변의 풍경이다. 요즈음 재첩 국물 색깔이 예전과 다르다. 재첩을 갱조개라고도 부른다. 갱이라는 접두어의 의미는 바닷물을 어느 정도 먹었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섬진강 재첩이 유명하였던 이유로는 수질이 좋았던 점도 있지만 바닷물과 민물이 조화를 이루면서 재첩의 생태계에 최적의 환경을 주었기 때문이다. 

 

섬진강 하구에서의 간만의 차는 3.6미터 정도이다. 하루에 2회씩 간조와 만조가 반복된다. 만조 때 바닷물은 흥룡 호암까지 도달한다. 강물 즉 민물이 흘러 바닷물을 만날 때 자연의 이치에 따라 합쳐진다. 아무런 원칙도 없이 만나지 않는다. 민물은 바닷물에 비해 비중이 가볍다. 그래서 서로 만날 때 민물이 바닷물 위로 얹히어진다. 같은 부피의 바닷물은 부력이 민물보다 크다. 그래서 바닷물이 흐르는 민물을 만나면 살짝 위로 들어 올린다. 하루 두 번씩 섬진강 하구가 만조일 때 바닷물은 섬진강 강 바닥을 타고 흥룡까지 도달한다. 이때가 최소의 예각을 이루면서 민물과 교합한다. 바닷물과 민물이 교합하고 있는 단면은 마치 어깃장을 놓은 것과 같다(영어의 Z자 모양). 강 바닥에 서식하는 재첩이 일정한 량의 바닷물을 일정한 시간대에 접할 수 있었다. 

 

섬진강 하구에 많은 다리가 생기면서 이러한 생태계가 부분적으로 파괴되었다. 자연의 순리에 따른 만조 때의 섬진강 강물 속 생태계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 일 갑(육십년) 전에는 흥룡부터 섬진강은 대 자연의 오케스트라를 연주하듯 흐르고 있었다. 강을 가로 질러 놓은 다리 밑 교각을 지날 때 강물은 교각 기초(케이슨)에 받쳐 산산히 쪼개 진다. 더 이상 대자연의 순리를 찾아 볼 수 없다. 교각과 부딪칠 때 와류가 생겨 바닷물은 아래, 민물은 위라는 등식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강 바닥에는 하루 2회씩 일정한 시간에 바닷물을 맛봐야 할 재첩에게는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재첩 전문인들은 다리(섬진교) 아래에서 잡은 재첩이 맛있다고 한다. 재첩 맛을 복원하여야 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물이 잠기는 교각 부위를 유선형으로 처리하는 방안이 있다. 교각의 기초부분은 둥글게 해 놓은 이유도 강물이 흐르는 데에 방해를 덜 받도록 배려한 것이다. 재첩을 위해서 이 부위에서 와류가 발생하지 않도록 유선형으로 처리한다. 강물이 흐르는 방향으로 유연하게 흐르도록 하는 것이다. 강물이 와류를 일으키지 않고 지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안들 중 하나이다. 강물이 순리적으로 흐르면 만조 때 강 바닥 면을 따고 올라오는 바닷물의 성질(염분 농도 등)을 교란 또는 회석 시키지 않는다. 이렇게 되면 만조 때 원래의 바닷물이 조화롭게 흥룡까지 닿을 수 있을 것이다. 교량을 리모델링할 기회가 있다면 교각을 최소화 하는 현수교로 바꿔야 할 것이다. 재첩은 대한민국에서 하동의 정체성을 살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요소 중 하나이다. 이를 잘 살려 나가야 할 책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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