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칼럼

자신이 누구인지를 발견한 성범영 이야기 - 여호영

하동신문 0 163

   자신이 누구인지를 발견한 성범영 이야기

                                                      

                                                   여호영

 

올해 나이 팔순이다. 얼굴에는 주름이 없다. 미소가 가득하다. 천상에 사는 모습이다. 걸음걸이는 참으로 힘차다. 건강 나이로는 쉰 살대다.  이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행복하게 살게 되었을까? 젊어서 서울서 사업을 했다. 5.16 직후 해외 수출 붐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와이셔츠 봉제 하청업을 했다. 머리도 식힐 겸 제주도 중산간 지방을 여행했다. 

 

제주도를 시계 판으로 보고, 한라산 꼭대기를 시계 바늘 중심축으로 보면 짧은 바늘이 8시를 가리키는 곳이다.  해변에서 내지 쪽으로 좀 떨어져있다. 황무지이다. 덩굴이 몇 십 년 째 번성하고 있다. 아무도 쳐다보지도 않던 땅 만평 한 필지가 눈에 들어 왔다.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햇볕이 잘 들고 바람도 시원하게 통하고 있다. 한라산도 보인다. 얼마면 인수 할 수 있냐고 물어 본다. 지금의 화폐가치로 평당 천오백 원 정도다. 바로 매매계약을 체결한다. 이십대 후반쯤이다. 서울에서 하던 사업을 정리하고 귀촌한다. 귀촌 원조다. 돼지도 키운다. 감귤도 재배한다. 한편으로는 분재를 한다. 세 가지 일 중에서 분재가 제일 마음과 몸에 와 닫는다. 결국 돼지 키우는 것과 감귤 나무를 정리한다. 정성껏 키우던 열대 식물도 판다. 분재에 올인 한다.  

 

분재는 생명체다. 분재 한 그루는 우주가 가지는 특성 일부를 대표하고 있다. 우주를 표현하고 있다. 독특한 방식으로. 분재는 예술이다. 분재를 위해서는 분재를 제대로 대하는 예술가가 필요하다. 분재로 가꾸기 위해서 분재 목과 대화를 한다. 분재에 불어 넣어야 할 혼이 필요하다. 너는 우주의 어느 곳에서 왔느냐? 너는 너의 일생을 어떻게 표현하면서 지내길 원하느냐? 너의 일생 5백년 중 그 앞부분 일부를 나와 함께 지내볼래?  서로의 삶에 대한 깊이 있는 정감을 나눈다. 분재 목과 영혼이 깃든 대화를 한다. 

 

분재 예술가는 웅대한 꿈을 설계 한다. 그 첫 걸음을 분재 목, 그 줄기 마다 생명의 특징을 하나 씩 시술한다. 예술가의 꾸준한 정성, 시간과 공기와 물 그리고 약간의 거름이 분재를 만들어 간다. 우주를 담은 분재로. 분재 목은 매 일 같은 시간에 알맞은 물을 섭취한다. 못난이 이야기가 있다. 출장 간 남편이  아내를 그동안 집에 잡아두는 방법을 고안한다. 집에다 비싼 분재를 키운다. 매일 제 시간에 물을 줘야한다. 출장 돌아와서 분재가 어떤 상태인지 보겠다고  한다. 

 

성범영은 전국을 돌아다닌다. 분재 감 만 눈에 띈다. 비싼 값에 사기도 한다. 그의 눈에는 백배 더 높은 가치가 그려진다. 분재예술원이라 명명한다. 귀농한지 사반세기가 지나서이다. 그의 농원은 분재를 예쁘게 전시하기 위해 조성되었다. 정원에 해박한 외국인들이 많이 방문한다. 분재원의 도면을 한번 보고 싶다고 한다. 도면이 없다. 대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울타리만 해도 돌을 옮겨 쌓기를 일곱 번이나 했다. 지금의 모습도 변화의 과정에 있다. 정원을 설계한 다음 시공하지 않았다. 시공을 먼저 해보고 사용하다 만족하지 못하면 허물고 다시 짓는다. 

 

이곳이 국제적 명소로 알려져 있다. 김영삼 대통령도 다녀  갔다. 장쩌민 중국 주석도 다녀갔다. 중국 고위 공무원들에게 한 번씩 방문하여 현장 학습하라고 명했다. 중국 교과서에 수록되어 있다. 중국이 가지기 원하는 가치가 여기에 있다. 인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방향을 잘 잡고 열 과 성을 다한다면 중국 땅을 천국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곳의 분재들을 매년 가치가 상승한다. 중국부자들이 6억씩 하는 분재도 몇 개씩 사 간다. 뒤뜰 온실에서는 이삼십년 후 몸값을 위해 열심히 자라는 분재들이 있다. 나이별로 수 백점씩 대기한다. 스위스의 시계공장 보다도 더 돈을 잘 버는 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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