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칼럼

집단적 사고의 오류 한가지 - 여호영 -

하동신문 0 343

집단적 사고의 오류 한가지

                                                       여호영

아흔을 넘어서 후회를 하는 분이 있다. 내가 이렇게 오래 살 줄 알았다면 이렇게 살지는 않았을 것을. 일을 놓은 지가 어느덧 삼십여 년. 그 동안 편안하게는 살았으나 아무것도 이룬 것 없이 허송세월 한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300년 전 사람인 황흠은 나이 여든에 귀촌하여 밤나무를 심는다. 동네 사람들이 비아냥거린다. 영감이 지금 밤나무를 심어 살아 생전에 열매를 따 먹을 수 있겠는가 한다. 황흠은 후손이 따 먹어도 좋지 않겠는가 한다. 황흠은 10년 후 밤을 따, 동네 사람들에게 맛을 보게 한다. 후손이 맛 볼 것을 동네 사람들이 먼저 맛본다고 하면서 오히려 핀잔을 돌려 준다.   

거제도 남단 일운면 예구마을 끝자락에 공곶이 수선화 동산이 있다. 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호미로 일군 꽃 밭이다. 온 밭에 노란 수선화가 가득하다. 거제도의 8경 중 하나로 손꼽힌다. 지금은 많은 관광객이 방문한다. 조그마한 가게에선 수선화 한 묶음을 판다. 할머니의 긴 호흡의 한 자락을 함께하는 동반자에게 선물하고 싶게 한다. 두 늙은이가 아무 자본도 없이 이루어 낸 인생 쾌거이다.

인생 2막은 1막과 달라야 하는가? 1막과 2막 사이에는 정년 또는 퇴직이라는 관문을 통과한다. 리타이어라고 한다. 이 단어를 해자하여 본다. 지금까지 사용한 타어어를 다른 용도에 맞는 것으로 바꿔 끼운다는 뜻이다. 1막에서 사용하던 타이어가 포장용 타이어였다면, 2막에서는 비포장도로용으로 갈아 끼울 수 있다는 뜻이다. 1막에서 생활의 위험 때문에 모험을 할 수 없었다면 2막에서는 약간의 모험을 동반하는 새로운 분야에 몰입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50대 중반 이후는 인생 2막에 해당한다. 대다수의 당사자들은 2막의 공간이 앞으로 60년간이라는 사실을 모른다. 1막을 위해서 준비한 것들이 많다. 학력, 경력 등이다. 이런 것들이 2막에서는 잡다한 과거의 사실일 뿐이다.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으로 이민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한국에서 하던 직업, 한국에서 사회적 대우 등을 하루 빨리 잊고, 미국사회에서 가치 있는 부문에 깊게 적응해 나가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한다. 인생 2막을 제대로 준비하려면 1막에서 성공이나 성과를 빨리 잊어야 한다. 2막 사회는 1막 사회와는 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과거로 가는 기차는 오지 않는다. 미래로 가는 기차는 오긴 오는데 생경하여 타기가 두렵다. 많은 사람들이 과거로 가는 기차가 올 만한 플랫폼에 구름 떼처럼 몰려 있다. 많은 사람들의 집단적 사고, 그 결과는 항상 같다. 과거의 사례대로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한다. 안산시 상록수역 앞 거리에는 가구점들이 모여 있다. 약 30여 개 점포들이 즐비하게 펼쳐져 있다. 어쩐지 활기가 없어 보인다. 가구에 대한 가치가 변하고 있다. 1인 가구가 많아 지면서, 가구는 외관을 중시하지 않는다. 오르지 기능 위주다. 인터넷으로 가장 싼값에 기능을 갖춘 가구를 주문한다. 이케아에서 가구 조립 부품을 사는 경우도 있다. 완성품 가구를 가구점에서 사는 일이 대폭 줄어 들었다. 모든 부분에 이유가 숨어있다. 과거로 가는 기차가 오지 않는 이유가. 눈에 잘 안 보인다. 1막 시절의 수준으로 2막을 준비해서는 안 된다. 

과거의 관행, 과거 삶의 패턴 등이 인생 2막을 오도시킨다. 이제부터 푹 쉬어도 된다고 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편하게 놀아도 된다고 한다. 이러한 삶은 점점 짙어가는 안개 속으로 걸어 가는 것과 같다. 걷긴 걷는데 이것이 옳은 방향인지 그렇지 않은지를 몰라 조금씩 불안해 지기 시작한다. 생경한 미래로 가는 가치를 스스로 설계해본다. 인생 2막 60년 간의 공간을 스스로 창안해 본다. 지성과 감성의 활동이 왕성하도록 한다.  미래형 삶의 의미를 되삭인다.  삶의 패턴은 단순 반복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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