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칼럼

쉽게 말하기 - 여호영

하동신문 0 151

쉽게 말하기 

                                              여호영

말은 하기 쉽다. 그러나 말을 정확히 알아 듣기는 어렵다. 장소가 특정된 이야기는 하기는 쉽다. 듣는 사람은 그 장소가 조금 틀려질 수 있다. 어느 네거리일지라도 그 네거리를 진입하는 방향이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듣는 사람이 머리 속에 그리고 있는 네거리와 다르다. 그래서 말하는 사람이 전하고 싶은 교통사고 목격담을 이해하기가 어렵다. 대개는 겉치레로 표정을 짓는다. “그래, 당신 말 이해해.” 장소를 특정하고 하는 말도 이렇게 어렵다.

이야기 주제에 어떤 장소나 시각이 특정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말을 듣는 상대방은 이해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형이상학적인 주제로 말을 한다면? 더욱 듣는 사람은 제 멋대로 가게 된다. 듣는 사람이 쉽게 받아드리도록 말을 해야 한다. 말하는 사람이 어떻게 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말하고자 하는 내용이 듣는 사람에게 어떤 가치를 전달하는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보자. 듣는 사람이 흥미나 관심을 가지면 귀가 뚫리게 된다. 듣는 사람에게 가치가 있다고 느끼도록 서두를 여는 것이 좋다. 듣는 사람의 집중도가 높아 진다. 이해력을 높일 수 있다.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간에 동시성(싱크로나이즈)이 작동하면 좋다. 동시성이 작동하려면 지향하는 방향이 유사하다던가, 공동의 관심사, 사물로부터 반응하는 모습과 태도(텐스), 시대정신 등이 유사하다면 동시성을 유발하기는 쉬울 것이다. 듣기 쉽게 말하기 위해선 동시성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한다. 서두에 조커 한 마디가 유용할 수 있다. 

추상화 수준을 맞춰야 한다. 그 사람의 말은 너무 추상적이어서 알아 듣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 때 추상적이란 말은 추상화 수준이 나에게는 안 맞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이해하기가 어려웠다는 것이다. 대개는 구체적인 것이 없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뜻이다. 

초등학교 교과 내용은 추상화 수준이 높다. 중학교 교과 내용은 초등학교에 비해 조금 더 추상화 수준이 낮아 진다.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도 추상화 수준을 어느 정도로 조율하여 말한 것인지를 결정 할 수 있다.  듣는 사람이 원하는 추상화 수준을 파악한다. 그 수준에 맞는 말로 구성하여 전달해야 할 것이다. 

색깔을 이야기 할 때 추상화 수준이 높은 경우는 3색이나 6색 정도로 말한다. 추상화 수준이 아주 낮은 경우라면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색채 코드 번호를 거론하는 경우가 된다. 말하는 도중 ‘쉽게 말하면,’ ‘간단히 말하면’ 등을 거론할 필요가 없다. 그렇게 말하면 되기 때문이다.

듣는 사람이 쉽게 이해하기 위해서 빠짐없이, 중복되지 않게 말해야 한다. 말하는 사람은 머리 속에 말하는 구조와 수순을 잘 설계해 놓아야 한다. 세가지만(또는 세가지로) 말하겠다고 하고 하나씩 말하는 것도 좋은 방법 중에 하나다. 발음은 정확하게 해야 한다. 빠진 말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말을 다 한 다음 빠진 것이 있어 다시 말하겠다 하면 어색해 진다. 

전달하고자 하는 말의 내용이 적절한가를 자가 평가해 봐야 한다. 오류가 없는지 점검해 본다. 앞의 말과 뒤의 말이 서로 상충되지는 않는지도 점검해 본다. 듣기 쉽게 말하기 위해 앞의 말과 뒤의 말이 서로 상충되지 않음을 밝히는 것도 좋다. 

듣는 사람 입장에서 복잡하다고 느끼는 경우,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부품화 시킨다. 부품 하나씩 하나씩 쪼개서 낱낱이 설명한다. 아무리 복잡한 내용일지라고 잘 쪼개 놓고 보면 이해하기가 용이하다. 그러나 쪼개는 것이 기술이다. 잘 쪼개야 한다. 자동차 엔진을 둘로 쪼개 각각 부품으로 취급하는 어리석음을 보지 못한다. 쪼개서 득이 되지 않을 것은 쪼개지 않는다. 

부품들이 어느 정도 만들어 졌으면 다음으로는 각각을 설명하는 순서가 중요하다. 어느 것을 먼저 말하느냐, 순서가 좋아야 한다. 이것이 듣는 사람을 쉽게 이해하게 만든다. 포괄적인 개념을 전달하고자 하는 부품이 있다면 이것이 먼저 전달되어 한다. 그래야만 다음에 전달할 부품들을 말할 때 중언부언하지 않아도 된다. 

어느 부품 하나를 설명하기가 정 어려우면 블랙박스화 시켜 놓는다. 블랙박스는 속이 보이지 않는다. 박스 포장에 쓰여 있는 것을 그대로 받아 드리는 것이다. 민법에 친족, 상속 이런 부품들이 있다. 어느 부품을 먼저 설명하는 것이 좋을까? 듣는 사람의 반응을 읽으면서 재미나게 말을 이어 나간다면 듣기 쉽게 말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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