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칼럼

최참판댁 대청마루에서 밀려난 ‘뒤주’ 04.30
최참판댁 안채에서 행랑채로 가려면 중간채를 지나야 한다. 안채나 사랑채 넓은 대청마루에 앉아 있는 것보다 행랑채 좁은 마루에 엉덩이를 걸치고 있는 게 더 편하다. 나도 모르게 행랑채에 가 앉게 된다.“그래도 자네는 뼈대 있는 양반가의 자손이 아닌가?”중간채 뒤편에 있던 뒤주가 내게 말을 건다.“그거야 할아버지의 할아버지 때 이야기 아닌가. 나한테야 기억..
茶 茶 茶 혹은 차 차 차 - 최영욱(시인, 평사리문학관장) 04.24
세상일이 참으로 팍팍하게 돈다. 물론 돈다는 것은 세월의 감을 이야기하는 것이겠지만 그 지나는 시간이 수월치 않고 힘들고 모질다는 말이 팍팍하고 어지럽고 너무 지저분하다는 데 우리들의 울분이 터져 나오는 것일 게다. 그러나 세상일이 힘들고 팍팍하게 돌아간다 하여 계절이 주는 행복마저도 놓친다면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지금 세상은 온통 연두, 그 여린 색들로..
직장 일에서 행복 찾기 - 김영기(교수) 04.24
서로 다른 직업을 가진 두 사람이 자신의 일을 소개한다. 의류판매원이 말했다. “나는 매일 옷 더미에 묻혀 지내지만 그래도 철마다 옷이 싹 바뀌니 좋아.” 그러자 우체국에서 소인 찍는 직원이 말했다. “나는 매일 다른 일을 하니까 좋아.” 의류 판매원이 반문한다. “야, 너는 매일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거 아냐?” 그러자 우체국 직원이 대꾸한다. “똑같지 ..
최참판댁 처마 밑에 걸린‘따바리’ 04.10
읍내 시장에서 잡화상을 하셨던 아버지는 ‘이야기’를 싫어했다. 당신 스스로도 과묵하셨고, 남이 따따부따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도 질색팔색을 했다.그런데 명색이 집안 장남인 내가 ‘이야기’를 좋아했으니 일찍부터 아버지 눈밖에 난 것은 불문가지. 눈이 와도 태풍이 몰아쳐도, 일 년 365일 명절에도 가게 문을 닫지 않고 ‘애탕고탕’ 고생한 게 오로지 자식새끼들 ..
삼월 삼짇날 - 최영욱 시인 04.10
봄이 오면 산에 들에 진달래 피네진달래 피는 곳에 내 마음도 피어건너 마을 젊은 처자 꽃 따러 오거든꽃만 말고 이 마음도 함께 따가 줘김동환의 <봄이 오면> 부분지천에 꽃이다. 인간들이 시간을 어기게 만들어 매화가 채 다 지기도 전에 개나리, 목련, 앵두, 심지어는 벚나무까지 꽃을 피워대기 시작한다. 그 세계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유발하는 무언가가..
물 흐르고 꽃피는 곳에 산다는 것의 고마움 04.10
'정좌처차반향초(靜坐處茶半香初) 묘용시수류화개(妙用時水流花開)'라는 차시(茶詩)는 중국 송대(宋代)의 시인 황정견이 쓴 시로 추정하기도 하지만 작자가 미상이다. 이 시를 번역하려고 하면 애매하기도 하거니와 번역도 각양각색이다. 또 번역해 놓고 보면 왠지 시의 묘미를 잃어버린 느낌이 든다. 왜냐하면 공간과 시간, 체와 용의 대비를 이루는 한자(漢字)의 대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