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칼럼

국밥 한 그릇- 최 영 욱 (시인) 03.11
출렁대는 지구를 위로할 그 어떤 단어도 찾아내지 못하고 절망하고 있을 때 꽃이 피었다. 꽃이 곧 필거라는 기다림마저도 행복했다는 어느 시인의 말은 이미 터져버린 꽃봉오리 앞에서 무의미했다. 나무들이 견고하고도 모질게 닫혀 있던 그들의 입을 벌려 새순을 밀어내고 꽃을 피우는 그 순간에도 카리브해 연안은 계속 출렁거리고 있었다. 지구가 환하게 피워대는 꽃들이 ..
"못한다" 과장 - 김영기 교수 03.04
옛날 어떤 곳에 과장 한 명이 살고 있었다. 이 사람은 버릇이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부하가 어떤 제안을 해오면 약간 생각한 뒤에 십중팔구 다음과 같이 대답하는 것이다. "좋은 생각이군. 그러나 그건 곤란해. 왜냐하면 말이야…"에서 시작하여 "따라서 그렇게는 못한단 말이야 " 라고 결론을 내린다. 그 과장은 머리가 좋았던지 어떤 것이든 “못한다”는 이유를 ..
“꽃피는 하동에서 만납시다” - 하아무/소설가, 동화작가 02.25
전 문화재청장 했던 미술사학자 유홍준 교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이라고 했다. 물론 섬진강을 따라가는 19번 국도를 말한다. 이걸 모르면 하동 사람 아니다. 시쳇말로 간첩이다. 하동사람 아니라도 다 안다.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지리산 노고단을 저 멀리 두고 왕시루봉, 형제봉에서 뻗어내린 산자락 아랫도리를 끼고 섬진강을 따라가는 길은 이 세상에 둘..
설날 - 최 영 욱 (시인) 02.11
입춘(立春)이 지났다. 그러자 당연하다는 듯 비가 내린다. 그도 사흘 연속 비가 온다. 물기를 잔득 머금은 푸른 대숲에는 안개가 스멀거린다. 강가 대숲을 흟듯 빠져나온 안개는 강위를 미끄러지듯 건너 백운산 허리에 착 달라붙는다. 강도 그렇고 산도 그렇고 다 젖어 있다. 푹 젖어버린 산천은 금방이라도 봄을 피울 태세다. 사람이 사는 저자거리에도 ..
진실한 사과는 우리를 춤추게 한다 - 김영기 교수 02.04
노무현 정부시절 이해찬 전 총리는 태풍이 오는 날과 강원도에 큰 산불이 난 날, 그리고 철도 파업이 있는 날에 골프를 침으로써 언론의 비난을 받은 적이 있었다. 이 때 이 총리는 ‘사전에 약속되었기 때문에’ 또는 ‘골프장에서도 챙길 일은 다 챙긴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하여 ‘실수를 겸허히 인정하고 사과하면 쉽게 넘어 갈 일인데 일일이 토를 다는 모습..
산중호걸 백호랑이가 나타났다! - 하아무/소설가, 동화작가 01.29
새해 벽두에 꿈을 꾸었다. 그 꿈에 호랑이해를 맞았다고 해선지는 모르겠으나 대호(大虎) 한 마리가 나타났다. 이 호랑이는 날라리봉과 토끼봉을 넘어 형제봉으로 해서 평사리문학관까지 내려왔다.신기한 것은 지난해부터 문학관 내 한옥에서 키우고 있는 진돗개(우리는 그렇게 믿고 있다) ‘사리’가 호랑이를 보고도 전혀 짖지 않는다는 거였다. 짖기는커녕 꼬리를 살랑대며..
모든 결심은 설날에 하자 - 최 영 욱 (시인) 01.22
지독한 추위였다. 3한4온도 오리무중이었다. 추위는 끝이 없을 것 같았고 반도는 꽁꽁 얼어붙었다. 지독하게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서울에 아들 둘을 보낸 필자는 택도 없는 방송을 본다. 이쪽보다 그쪽 날씨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피식”하고 웃음이 새어 나온다. 어쩔 수 없음 때문이다. 영하 16도를 오르내리는 그 곳의 추위 속에서는 내 자식 ..
성공적 직장생활과 규칙적인 운동 - 김영기(고려대학교경영대학원 외래교수) 01.14
희망의 새해가 우리에게 주어졌다. 이 때쯤이면 사람들은 영어공부를 하겠다, 담배를 끊겠다 등 많은 목표를 세운다. 그 중의 하나가 건강관리이며, 건강을 위한 핵심이 규칙적인 운동이다.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규칙적 운동이 직장의 성공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삼성그룹의 고 이병철 회장이 신입사..
세월은 영원한 나그네 / 이현도 (논설위원/ 언어학박사) 01.08
이백(李白)은 시에서  “하늘과 땅은 만물이 쉬는 숙소(夫天地者, 萬物之逆旅)”라 했고, 세월은 영원한 나그네(光陰者, 百代之過客)”라 했다.하늘과 땅 사이에 만물이 머물고, 시간은 만물 속에 부유하다 사라지는 나그네 같다는 것이다. 만물을 두고 볼 때 나이를 먹지 않는 것이 없다. 세월의 과객을 맞이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생물은 태어나서 늙고..
헐렁한 세밑 - 최 영 욱 (시인) 12.17
바람 몇 줄이 가장자리가 얼어붙은 섬진강 위를 쏴아 흝고 지나간다. 올 들어 가장 춥다는 날이다. 겨울을 나기 위해 강을 찾아온 철새들은 각자 다른 모습들로 서 있다. 익숙한 풍경이다. 움츠리고 더욱 움츠려야 살아남는다. 오늘따라 저들이 더욱 추워 보인다. 단지 산다는 것과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하는 물음들이 백사장과 길 위에서 교감한다. “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