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칼럼

가을을 맞으며 - 이현도(논설위원 / 언어학박사) 09.02
9월이다.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서늘하다. 풀밭을 스치면 이슬이 바짓가랭이를 적신다. 돌아오는 주초(週初)가 백로인데, 백로는 이슬을 아름다운 언어로 부르는 말이다. ‘하얀 이슬’이다. 가을기운이 완연하고 농작물에 이슬이 맺힌다고 해서 백로라고 부른다. 짙푸른 녹차밭에 하얗고 야무진 차꽃이 툭툭 피어오르는 것도 이 때이다. 아침에 일어나 손에..
‘침묵의 소리’에 귀기울여 보라 - 하아무/소설가, 동화작가 08.28
“이번 주 원고 쓰시는 주인데요, 마감에 늦지 않게 부탁드려요.”맑은 여기자의 목소리 뒤로 딸꾹질하듯 전화 끊기는 소리가 들려왔다.하루를 보내고 이제야 책상 앞에 앉았다. 시각은 새벽 4시 45분. 달마다 문학관 파견작가 지원사업에 관한 보고서를 도서관협회에 제출해야 되어서 그것부터 하느라 이제야 원고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뭘 쓸까. 쓸거리가 잘 생각나..
절름발이 세상 - 최 영 욱(시인) 08.20
 자연은 어김이 없다. 엊그제 연두색으로 한바탕 잔치를 치른 봄의 기운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아니 흘러갔다. 그 흘러감 위엔 온통 초록이다.  아무리 보아도 연두색보다는 강성하다. 물과 빛과 공기의 은혜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온갖 과실들이 열린다. 열려 맛과 향을 인간들에게로 나눈다. 나눔 또한 당연한 위치다. 그 바탕에는 자연이 있..
사장의 생각, 직원의 생각 08.13
두 직원이 회사가 교도소 보다 안 좋은 이유를 들먹이면서 잡담을 하고 있었다. 직원A; “교도소는 세끼 밥을 무료로 먹여 주는데 회사는 내 돈 주고 사먹어야 하잖아?” 직원B: “글쎄 말이야. 교도소에서는 가끔 TV를 볼 수 있는데 회사에서 TV 보면 바로 짤리지.” 직원A: “하루 종일 2평짜리 공간에 갇혀있는 건 교도소와 다를 바 없다니까.” 그 때 공..
기후변화에 대비를- 이현도 (논설위원 / 언어학박사) 08.06
나의 텃밭은 해발 600m인데, 올해에는 예전에 없던 변화가 일어났다. 풀밭에 진드기가 많아졌다. 밭을 갈 시간이 없어서 묽혀만 두었던 풀밭이 온통 진드기 투성이다. 풀어놓은 개가 온 산으로 돌아다니며 묻혀와 풀밭에 뿌린 것이겠지만, 진드기는 풀의 진액을 빨아먹고 있다가 짐승이든 사람이든 풀밭을 스치기만 하면 털이나 옷에 금방 달라붙는다. 달라붙은 진드기가..
삼가 뱀의 명복을 빌다 - 하아무/소설가, 동화작가 07.23
평사리 최참판댁 뒤에 있는 한옥체험관은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곳이다. 한옥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지리산 맑은 공기도 실컷 마시고 황토방의 효과도 직접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번은 볼일을 보러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멈칫했다. 양변기에 제법 큰 지네 한 마리가 익사해 있었다. 지네는, 자기 동네에 커다란 한옥이 들어섰으니 관광차 들렀다가 횡액을 당한 것이..
장마, 그리고 섬진강- 최 영 욱(시인) 07.16
# 장면 1 밤새 퍼붓던 비는 서해량에서 오룡정까지 연결하다 채 완성되지 못한 강변둑 사이를 길을 삼아 마을로 짓쳐들기 시작한다. 이 거침없는 물길은 동해량 삼거리에서 찰랑거리나 싶더니 금새 정미소까지 위협한다. 저 고개를 넘으면, 만약 물길이 고개를 넘는다면 하동읍 시가지는 일시에 물바다가 될 터, 다행이 거침이 없던 물길은 고개(한목) 아래에서 찰랑..
긍정적 마음습관 들이기 - 김영기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 외래교수 07.09
늙은 인디언 추장이 손자에게 말했다. “얘야, 사람의 마음 속에는 두 마리 늑대가 싸우고 있단다. 한 마리는 나쁜 놈인데 그 놈이 가진 것은 화, 질투, 탐욕, 거만, 열등감, 거짓, 우월감, 이기심 등이란다. 다른 한 놈은 좋은 늑대인데 그가 가진 것은 기쁨, 사랑, 친절, 인내심, 평온함, 겸손 등 이란다.” "어떤 늑대가 이기나요?" 손자가 묻자,..
장례문화 개혁에 관심을 - 이현도(논설위원, 언어학박사) 07.02
경북 안동에다 선산을 두고 있는 광산김씨 도봉공파 문중이 모든 장례를 수목장으로 할 것을 결정해 화제가 되고 있다. 수목장이란 봉분이 있는 산소를 만들지 않고, 시신을 화장하고 뼛가루를 나무아래에 묻는 것을 말한다. 최근 화장률이 급증하면서 매장위주의 전통 장묘문화에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지만, 문중차원에서 수목장을 하기로 한 것은 광산김씨가 처음이다...
훠어이, 액귀는 물렀거라 -‘부채’ (하아무/소설가, 동화작가) 06.25
날씨가 어느새 무더워졌다. 차 안에 두었던 쥘부채를 꺼내었다. 지난해 토지문학제 때 하동미협 회원들이 정성들여 글씨를 써준 것이다. 부채를 쫙 펴면 ‘아, 토지여! 생명이여!’라 적혀 있다.“흥, 반년 넘게 처박아 두더니 이제야 꺼내보는군.”이제는 거의 자동적으로 손을 대거나 쳐다만 봐도 사물이 살아난다. 처음엔 경외스러웠으나 몇 개월이 지나간 요즘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