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화 유고 시집 출간

하동신문 0 23

정규화 유고 시집 출간

 

-시인 11주기 맞아 경남작가회의 후배들이 헌정

-경남작가회의 초대회장 역임, 민중시의 결실 이뤄

 

1980년대 한국시의 지형을 시대를 묵시하고 공동체 정신을 체현하는 민중시로 바꾸는 데 한 획을 그은 <시와경제> 동인 고 정규화 시인의 유고 시집 『뿌리에 대하여』가 지난 7월 20일 출간 됐다. 

정규화 시인의 유고 시집 출간에 즈음하여 7월 21일(토) 경남 산청에서 유족과 동료, 후배들 1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그의 시정신을 기리는 조촐한 출판 기념회가 열렸다.

경남 하동 옥종 출신인 그는 1982년 창작과비평에서 펴낸 신작시집 『우리들의 그리움은』으로 등단하여 『농민의 아들』(실천문학사) 등의 시집으로 주목을 받았다.

1980년대 후반 마산으로 돌아가 <경남일보> 문화부장을 지내면서 『지리산 수첩』, 『지리산과 인공신장실과 시』 등의 시집을 펴내며 활발한 시작 활동을 하였다. 또한 1999년 민족문학작가회의경남지회(현, 경남작가회의) 초대회장 역임하는 등 경남지역에 민중 민족시의 뿌리를 내리는 데 기여하였다.

그러던 중 2007년 6월 11일 지병인 신장병이 악화되어 향년 58세로 아깝게도 절명하였다. 이번 시집 『뿌리에 대하여』는 경남작가회의 중심으로 모인 시인의 후배들이 11주년에 즈음하여 정규화 시인의 시정신을 기리며 펴낸 유고 시집이다. 표제작 「뿌리에 대하여」를 비롯 「사랑을 위하여」, 「산은 산에게 맡겨 달라」 등 58편의 유고시들이 담겨 있다.

이를 통해 아름다운 자연 환경 지키기와 통일에의 염원, 공동체 정신의 회복 등 마치 오늘을 예감한 듯한 선지자적인 주제를 만날 수 있다.

 

■ 시집평

정규화 시인이 경남작가회의 초대회장을 하고 필자가 그 뒤를 이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겨내고 경남작가가 닻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정 시인의 희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투병생활 가운데에서도 작가로서의 소명을 다한 정 시인의 유지를 이어받아 경남작가를 만세 반석 위에 올려놓는 일이 우리의 책무이다.

-김춘복(소설가)

 

정규화 시인에게 시는 삶의 비의를 증언함과 동시에 스스로 위무하는 양식이다. 일체의 시적 기교를 벗어던지고 곧장 삶의 치명적 진실과 직면한다. 고통스럽지만 그것만이 삶이든 문학이든 알짬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길임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시인의 서늘한 시학이 폐부를 깊이 찔러오는 시집이다.

-하아무(소설가)

 

정규화 시인이 생전에 맞닥뜨린 현실은 지극히 암울했다. 그것은 어떤 부분에서는 자본의 촉수가 숨어 있는 정치화 문화가 조장한 현실일 것이다. 그를 둘러싼 현실은 연치가 더해짐에 더욱 암울한 빛을 띠어가고 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정 시인은 가난과 병마를 이겨가면서 한국 민중시의 한 절정을 이루었다. 그것은 아마도 그를 옥죄어 오는 현실을 파국으로 몰고가기보다, 욕망과의 타협을 통하여 생명의 무한함을 발견하였을 뿐더러, 그것을 함께 살아가는 이웃, 나아가 자연과 기꺼이 나누려는 자세로 전환한 데서 온 것은 아닌가 한다. 그의 절명 11주년에 즈음하여 어렵게 출간되는 유고 시집을 통하여 새삼 그의 진경을 확인한다.

-박몽구(시인, 문학평론가)

 

 

 

뿌리에 대하여  /정규화

 

 

나무는 그렸으나

나무의 뿌리는 그리지 못했다

산수화와 풍경은 많지만

 

누구도 

뿌리에는 관심이 없었다 

 

우리가 뿌리를 잊고 산 너무 많은 시간에

더 좋은 뿌리가 되기 위해

땅 속으로만 스며 들었다

 

너무 오랫동안

우리는 보이는 것에만

눈길을 보냈다

 

땅 속에서 사투를 벌리는

뿌리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다

 

아무리 줄기와 잎이 왕성하더라도

나무를 자라게 하는 것은

뿌리다

 

화가는 나무를 그릴 때

뿌리부터 그려야 한다

땅 속에 있는 것이라고

백안시하는 것은 권한 밖이다